허봉심-서귀포시 노인장애인과

 

‘일이 없으면 삶도 없다’
작년 10월경 제주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행사장에서 외친 구호다.  일과 삶을 동격으로 바라보는 장애인계의 목소리가 당시 나에게는 ‘그렇게까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후 장애인업무를 수행하면서 점점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서귀포시 관내 등록장애인(3월말 기준)은 1만1451명이고 이 중 1259명이 발달, 자폐 등 지적장애인이다. 6월 현재 장애인 676명이 장애인일자리,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까페, 일반기업 등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독일에서 장애인고용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발전’을 위한 법률안으로 보다 많은 장애인을 노동시장으로 진출시키고, 고용을 유지하며, 장애인에게 보다 나은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장애인실무담당자로서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독일의 앞서 나가는 장애인고용정책이 부러울 따름이다. 장애인 취업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중 장애인이 일을 구하지 못해 집에 있으면 가족 중 누군가가 남아서 장애인을 돌봐야 하고, 2명의 실직인 장애인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곤란에 처하게 된다. 
이에 일자리를 원하고 직업적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장애인에게는 더디 가더라도 취업의 기회가 꼭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수혜자가 아니라 건실한 납세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말이다.
혁신도시 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단 청사 1층에 중증장애인 까페 (I got every thing)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공단 홈페이지에서 위탁운영기관을 공개모집(6. 28~7. 11) 중으로 조만간 중증장애인 일터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좋은 운영자를 찾아 또 몇 명의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해 그들에게도 진정한 ‘삶’이 제대로 시작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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