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혁-서부농업기술센터

지난해 5월, 전례 없는 가뭄으로 관수 여건이 취약한 농가들은 가뭄피해를 입었다. 
평년 기상이라는 데이터가 무색할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로 농가들은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30년 후 제주도에서 홍수가 날 정도의 강력한 폭우는 지금보다 78%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지역보다 제주도 권역이 가장 우려스럽다. 이제 탄소 배출량 저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다.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1차 산업 비중이 전국 평균 대비 4배 높고,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은 전국 평균보다 4배 높다.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이 산성화 돼 작물에 유용한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유용 미생물이 적은 토양은 토양 물리성이 나쁘고 유기물이 잘 분해되지 않아 각종 병해충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화학비료와 농약사용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토양의 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해결의 열쇠는 ‘미생물’이 쥐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중에 판매하는 미생물 제품을 사용하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생물은 종류에 따라 효능이 다르기 때문에 농사의 목적에 맞는 균을 사용해야 한다. 
도내 4개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미생물은 종류와 보증 균 수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바실러스균(Bacillus subtilis)은 토양 속에 있는 식물의 잔재물, 곤충의 사체 등 여러 가지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체가 흡수할 수 있는 무기물로 만들어준다. 이 덕분에 토양이 비옥해지고 작물 생육에 도움이 된다. 유기물이 많은 퇴비로 퇴비 차를 만들 때도 바실러스균을 첨가하면 유기물 분해가 잘 이뤄져서 살포했을 때 효능이 좋다.
이외에도 광합성 균(Rhodobacter sphaeroides)은 식물생장호르몬(IAA)의 분비를 촉진해 뿌리, 꽃눈, 과실 발달에 도움을 주고, 유산균(Lactobacillus plant arum)은 토양 내의 인산을 포함한 양분을 식물이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줘 작물 생육에 좋은 영향을 준다.
이런 특성을 알고 미생물을 활용하는 농가는 효과를 체감하며 자연스럽게 화학비료와 농약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미생물을 사용하는 똑똑한 농법으로 망가진 토양 환경을 되살리고 탄소 배출량을 저감해 지속가능한 농업에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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