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들 ‘자기 결정권’ 강조하며 오 지사 압박
주민들 “제2공항 찬성 의견 많으면 결과 따를 것”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제주도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 의견제출이 임박한 가운데 오영훈 지사가 관련한 입장을 조만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의견 제출이 “각종 거짓과 부실, 의혹이 난무하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안)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기회이자, 제2공항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도민 70% 이상이 지지하는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점에서 이번 의견제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제2공항 반대측 주민들은 “주민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민들의 최대 이익을 위해 제2공항은 주민투표로 결정돼야 한다”며 “국토부 원희룡 장관 역시 오영훈 도지사가 주민투표를 요구하면 즉각 수용하고 제2공항 주민투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는 25일 오후 5시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김문식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수산1리 이장)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김문식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수산1리 이장)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이날 김문식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성산읍 수산1리 이장)는 “원희룡 전 도정과 국토부가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주민투표뿐”이라고 강조하며 “찬반 단체 모두가 주민투표 결과를 따르면 된다. 우리도 찬성 의견이 많으면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경훈 시인은 대한민국 헌법 조항 등을 언급하며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다. 제주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개발행위는 사회의 주인인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1988년 제주시 탑동 매립 반대 싸움 과정에서 ‘개발 결정권’이 언급됐다. 제주도의 주인인 제주도민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제2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다. 감히 원희룡 따위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영훈 지사에게 “제주도의 문제를 혼자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제주도민들이 지사를 선택했듯 지사도 도민들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제주도민 주체로 자주적인 결정을 내려달라. 정부의 광란의 강행을 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경훈 시인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격문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김경훈 시인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격문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도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며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제2공항을 추진하겠다던 도지사는 국토부 장관이 됐다.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던 국회의원은 도지사가 됐다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도의 2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며 “제2공항 문제는 이제 도민 생존권 문제가 됐다. 더 많은 성장은 제주도에 재앙이 될 것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도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제주도 정치인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제주도지사라는 권력을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도지사로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민투표도 요구하지 못하면서 자기 결정권은 무슨 말이냐. 주민 투표는 승리를 위한 선택,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년째 진행된 제2공항 논란을 ‘사골곰탕’에 비유하며 “8년 동안 끓였으면 이제 불을 꺼야 한다. 불을 끄지 않으면 냄비가 탄다. 제주를 통째로 태우지 말고 주민투표 하자”며 “당당하게 주민투표 요구하자. 그게 책임이고 정치”라고 주민투표를 촉구했다.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신산리 부녀회장 김숙씨는 평화롭게 현재의 삶을 누리고 싶다고 제2공항 반대 입장과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김씨는 “제2공항이 들어오면 여름철 더위를 잊게 해주는 용천수, 독자봉 등 사소한 것조차 즐길 수 없게 된다”며 “땅 투기꾼들에게 바다를 지키는 해녀, 땅을 지키는 농사꾼들의 아픔 따위는 관심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기후위기로 홍수 피해가 심각한 다른 지역 문제를 언급하며 “그나마 제주에는 숨골이 있어 홍수 피해가 덜하다. 제2공항 지으면 숨골을 막아 우리도 위험하게 될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통해 제2공항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성산읍 신산리 부녀회장인 김숙씨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성산읍 신산리 부녀회장인 김숙씨가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강원보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제2공항과 관련한 오영훈 지사의 침묵을 비판하며 “국토부가 주민투표를 수용하든 말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위해서 반드시 주민투표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내건 결사항전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강원보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강원보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2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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