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서귀포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장
이정배-서귀포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장

 

여름철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천을 바라보면 편안함과 신비감이 마음 가득 채워진다. 천연염색은 인류와 함께해 왔고 염색기술의 발전은 의류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의 경우, 조선 영조 39년(1763) 안덕면 창천리에 살던 강 모 씨가 한양으로 압송돼 심문을 받을 때 입고 갔던 갈옷 덕에 사면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중보탐라지(1765)에도 감물을 들인 옷을 농가에서 입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다.
감물로 염색한 옷, 갈중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갈옷은 통기성이 우수하고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철에 입기 좋다. 자외선 자단효과도 있고,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아 예로부터 노동복으로 즐겨 입었던 제주의 전통의상이다.
하지만 원료 채취가 어렵고, 염료 추출과정이 복잡하며 노동력이 많이 든다. 산업혁명 이후 화학염료로 대체되는 영향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지만 염색공정에서 수질오염 등 화학염료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대두되며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천연염색은 나무, 꽃, 뿌리, 열매 등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옷감에 담을 수 있고 환경에도 더욱 친숙한 방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제주 전통문화인 감물염색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감물염색을 경험할 수 있도록 8월 4일부터 6일까지 ‘2023 천연염색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제주 감물염색산업의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학술행사와 제주 전통방식의 감물염색 시연, 시니어모델과 반려견이 함께하는 패션쇼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도민 및 관광객이 직접 천연염색을 경험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감물염색 교육과 체험 등도 준비돼 있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8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와 함께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빛으로 물든 여름’을 느껴보자. 천연염색의 매력과 재미에 푹 빠지면 올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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