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 물 ‘공공적 가치’ 실현 ①프롤로그
기후변화 등 요인 지하수 함양량 변동폭 수위 ‘경고등’
정확한 산정·공평한 이용 배분 위해 물수지 분석 필요

지난 2013년 여름 90년 만에 발생한 29일 간의 가뭄으로 상수도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격일제 급수를 실시했던 어승생수원지 모습.
지난 2013년 여름 90년 만에 발생한 29일 간의 가뭄으로 상수도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격일제 급수를 실시했던 어승생수원지 모습.

제주도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수자원 부족과 수질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규모와 빈도 증가, 가뭄 장기화,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재해발생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매일은 제주연구원과 함께 제주 수자원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제주형 물수지 관련 정보’와 제주 지하수의 가치를 조명할 수 있는 ‘제주지하수의 공공가치’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10회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흡혈귀 같은 과소비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류의 생명줄인 물이 고갈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월22일 열린 ‘유엔 2023 물총회’ 개회식에서 한 말이다.

지난 3월22~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유엔 2023 물 총회’가 열렸다. 1977년 마르델플라타(Mar Del Platad)에서 열린 총회 이후 46년 만에 열린 유엔의 세계 물 관련 공식 회의자리였다.

유엔 2023물 총회는 ‘인류의 가장 소중한 글로벌 공동선’인 물을 보호하기 위한 ‘물 행동 의제’(Water Action Agenda)를 채택했다. ‘물 행동 의제’는 보다 현명한 식품선택부터 물을 강력한 경제적 원동력이자 지구 문화 유산의 일부로 재평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물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 역사적인 총회를 마치면서 공동의 미래를 다짐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유엔 물 총회는 ‘물이 만물의 근원’임을 전 세계인들에게 다시한번 일깨워 준 자리였다. 유엔은 2030년까지 깨끗한 물과 위생을 인류 전체의 ‘인권’으로 인정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앞으로 전 세계 각국은 깨끗한 ‘물’확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21세기 지구촌의 수자원 여건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구촌 인구는 지난 2016년 약 10억명이지만 오는 2050년에는 20억명으로 전체 인류의 25%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유엔에 이어 세계자원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한국은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평가했다. ‘물 스트레스’는 이용 가능한 수자원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한국은 이미 80%를 넘어서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온다.

물 부족국가인 한국,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21세기 들어 ‘물을 물 쓰듯 하는’ 추세가 일상화 됐다.

사실 제주도민들은 지하수가 개발되기 이전 생존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해안가의 용천수 주변에 옹기종기 마을을 만들고 살았다. 당시 도민들은 마시고 사용할 물은 근처 용천수에 가서 직접 길어다 써야만 했다. 물을 아끼는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1957년 7월3일 제주시 금산수원지에서 하루 141㎥의 수돗물 공급이 시작됐고, 1972년부터는 도 전역에 상수도 공급이 이뤄지면서 도내 만성적인 물부족 현상은 해소됐다.

특히 1961년 10월 제주도에서는 첫 지하수 관정이 뚫렸다. 이후 지하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제주는 물이 풍족한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지난 2021년 기준 제주는 급수 1인 1일 사용량은 320.9ℓ에 상수도 보급률 100%로 국내 최고 수준의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모든 먹는 물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표수를 수원으로 하는 국내 다른 지방과는 달리 상수원 전체가 지하수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라 약간씩 편차는 있지만 제주에는 1년 동안 총 39억 5200만㎥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24.5%인 9억 7만㎥은 하천을 통해 바다로 빠져나가고, 34.9%인 13억7900만㎥은 증발산작용을 통해 대기 중으로 손실된다. 그 나머지인 16억 400만㎥(40.6%)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보충된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제주지역의 강수량은 늘어나지만 강수일수는 줄어들어 가뭄 등으로 지하수로 보충되지 못하고 그냥 바다로 흘러가는 양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해발 200m 이하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발사업에다 시설재배가 급증하면서 지표가 차단되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지하수마저 고갈 위기에 처해있다.

실제로 도내 서부지역은 강수량이 제주 평균 강수량 대비 71%에 그쳐 이미 해수 침투 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의 연간 지하수 평균 함양량을 20억㎥로 추산할 때 지하수 함양량 변동폭이 지난 2017년에는 53%인 10억㎥이었던 것에 반해 2015년에는 134%인 26억8000㎥으로 조사됐다. 지하수 함양량 변동폭이 부존량에 맞먹을 만큼 커지는 것으로 안정적인 물 이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에 대한 정확한 산정과 이에따른 취수를 통한 공평한 물 이용과 배분을 위해서 물 수지분석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는 제주매일이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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