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에 따른 도민경청회가 지난달 31일 마무리되고 5일부터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2차 도민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지난 1차 도민 여론조사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요구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던 반면 이번에 읍면동을 순회하며 진행된 도민경청회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의외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민들이 원하는 제주형 행정체제가 어떤 모습인지 혼란만 더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 특별자치도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기초단체 부활 시 장단점 분석 등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 대한 제주도의 준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4일 표선면 대회의실에서 네 번째로 마련한 동부권역 행정체제 개편 토론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주민은 “일반 주민들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무슨 주민투표를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주민투표에 부치는데 대해 정치권과 정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도민사회까지 논의 과정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행정체제 개편은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자치도가 도입된지 17년이 흐르는 동안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워 도입된 단일 행정체제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제왕적 도지사’ 등 부정적 측면이 훨씬 두드러지면서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주도와 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특정 모형을 두고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불식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공개하고 도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개편안을 도출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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