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철-제주농업기술센터 소장

 

최근 폭염으로 비상이다. 폭염 경보가 수시로 울리고 고령 농업인과 야외 근로자의 인명 피해 뉴스가 잇따른다. 
‘햇볕이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 당부하지만 농사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일하는 것만큼이나 쉬는 것도 쉽지 않다.
애당초 제주 농촌의 8월은 분주하다. 양배추, 브로콜리 등 겨울채소를 육묘하고 마늘과 감자 파종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감귤은 열매를 솎아주고 시시 때때 병해충 방제도 필요하다.
농작물을 키워낸다는 것은 덥다고 미루거나 늦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이다.
폭염 시 농작업 중에는 반드시 ‘그늘, 물, 휴식’을 준수해야 한다.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갖고 무더운 시간대 야외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해 농업분야 온열질환자 분석결과(2022년 질병관리청)를 보면 연령대별로는 ‘70대’ 24.7%, ‘60대’ 및 ‘80대 이상’이 각각 20.8%였다. 
월별로는 ‘7월’ 52.4%, ‘8월’ 24.7%, 시간대로는 ‘12~14시’ 22.2%, ‘10~12시’ 16.0%, 장소는 ‘논·밭’ 80%, ‘비닐하우스’ 7.6% 순이었다. 
올해도 벌써 농촌지역 온열질환자 195명, 사망자 9명이 발생했다고 한다(8월 2일 기준). 농작업은 주로 고온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이뤄지며 고령농이 많아 폭염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피해는 농작업을 하던 70대 이상 고령층에 발생했다.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금만 더, 이 정도는’ 이라는 생각으로 위험을 간과하기도 한다. 
오늘 씨앗을 뿌려야 내일 수확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무작정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올해 폭염은 수위가 다르다. 
불볕더위는 더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예년처럼 생각지 말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강도를 조절하고 조금 더 안전에 주의하며 농작업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더불어, 오늘은 가족과 혼자 사는 어르신들께 안부전화를 드려보는 것도 좋겠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