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를 넘어 인류가 ‘열대화’에 적응하고 있는 가운데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제주산 농업 생산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각종 재해를 입은 농작물의 피해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재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제도를 내놨지만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주매일은 농작물재해보험의 현황과 한계, 제도개선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한파와 폭설로 서귀포시 성산읍 하천리의 한 밭에서 얼어 버린 월동무.
한파와 폭설로 서귀포시 성산읍 하천리의 한 밭에서 얼어 버린 월동무.

농업재해보험은 정부가 2001년 처음 도입한 국가정책보험상품이다. 첫해 2개 품목에서 현재는 70개 품목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제주도는 2002년 감귤을 처음 도입한 뒤 지역품목을 꾸준히 확대했다.

지난해 농업재해보험에 전국 44만2000 농가가 가입, 45.2%의 가입률을 보이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봄철 냉해, 긴 장마, 집중호우 등 재해 피해를 본 전국 20만6000농가가 보험금 1조193억원을 받았다.

도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가능 품목(가입률)은 2021년 기준 당근(85.3%), 월동무(71.9%), 콩(59%), 메밀(가을, 53.5%), 양배추(53.0%), 가을감자(36.9%), 브로콜리(35.3%), 감귤(28.9%), 양파(8.9%), 마늘(4.1%), 참다래(2.1%) 등 11개 품목이다.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농업재해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할 만큼 재해보험은 농민들에게 필요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2년에는 가입률과 손해율이 더 떨어졌다. 김화년 제주대학교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제주 농작물재해보험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도내 농작물 재해보험의 손해율은 2018년 98.9%, 2019년 121%, 2020년 92.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1년에는 56.1%로 급락했다. 또한 2022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49.4%로 절반을 밑돌고 있다. 품목별 가입률을 보면 당근 85.8%, 월동무 84.6%, 콩 67.6%, 메밀 63.3%, 감귤 23.5%, 양파 9.2%, 마늘 4.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농민들과 정치권에서는 가입 품목 확대, 보상률 상향 조정, 기준 가격 현실화 등을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예측하기 힘든 기후 상황을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좋지만 아직 우리 제주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이용이 미흡하다”고 진단했고, 송재호 의원은 “기후 위기 시대 농업재해보험 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재해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 보험료 인하, 가입률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업인, 관련기관이 협력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장 농민들도 농업재해보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재해 보장률과 턱없이 낮은 손해사정 비율, 품목 확대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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