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성-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용천수는 화산암반을 따라 흐르던 지하수가 지표 밖으로 솟아난 물로서, 제주 전역에 646개소가 분포돼 있다. 
제주는 물 빠짐이 좋은 화산암으로 이뤄져 하천, 호수 등의 지표수 발달이 미약한 까닭에, 땅에서 솟구쳐 나오는 용천수는 과거 제주도민들에게는 생명수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마을의 이름이 지역 대표 용천수로부터 유래됐던 곳도 있을 만큼 용천수는 물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대대적인 지하수 개발에 따라 이제는 누구나가 물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물 복지의 섬으로 거듭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용천수의 수자원적 가치는 퇴색됐고 각종 개발사업과 무관심으로 인해 훼손돼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단순히 용천수의 활용성만 놓고 본다면 이 같은 현상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조금만 시선을 돌려 용천수에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물이 부족할 때 물 한 방울도 아껴서 사용했던 조냥정신, 용도에 맞게 구획을 나눠 물을 사용했던 삶의 지혜, 피부병을 씻어내리기 위한 물맞이 행사,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빌며 치성을 드리던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각의 용천수와 연결돼 있다.
이러한 용천수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느낄 수 있고 과거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기록들은 용천수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증대시켜 용천수를 보전해야 할 명분을 확고히 세워줄 것이다.   
많은 조사를 통해 용천수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그 유래조차 알 수 없는 용천수가 많이 남아있다. 
이들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기록하고 남겨 우리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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