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③시조 글쓰기 교육
공동 활동으로 협동심·교육관계 친밀도 상승 선순환 이끈다
글로 감정 표현…타인 배려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지난 19일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시조 쓰기 교육을 배웠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지난 19일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시조 쓰기 교육을 배웠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나도 곧 갈 거야. 베트남 엄마 고향. 돈이 많이 들지만 꼭 가서 놀고 싶어. 사진을 많이 찍고 와서 오래오래 볼 거야.’장전초등학교 1학년인 박하령 어린이의 시조다. 왼손잡이인 하령양이 연필로 꼭꼭 눌러쓴 시조로 솔직하면서도 기대를 나타내는 글이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난생 처음 해외로 나가는데 기대하는 천진난만함도 엿볼 수 있다.

하령양은 “처음으로 엄마 고향에 가게 돼 기대된다. 아빠와 엄마, 오빠 그리고 나 네 식구가 오는 25일 베트남에 간다. 빨리 가고 싶다”며 방끗 웃었다. “왼손으로도 글을 잘 쓰는구나”는 칭찬에 “오른손으로도 잘써요”라며 손을 바꿔 글을 썼다.

양광지 하귀일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태극기’와 ‘대통령’ 등 3개의 시조를 썼다.

‘옛날에 하늘높이 올리던 그 시절. 그 시절을 위하여 집마다 매달았던 우리는 기억할게요. 그들의 희생을.’‘나라를 대표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라를 위하여 일해도 욕을 먹는. 대통령 하기는 힘들고 실수해도 힘들어.’

양 군은 “시도 ‘태극기’는 6·25 한국전쟁과 8·15광복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던 분들을 위해 집 문 앞에 태극기를 매달고 이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는 시조로 아이들의 사회에 대한 시각을 엿 볼 수 있었다.

양효인 어린이(물매초등학교 2학년)는 ‘우리가족’이라는 시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표현했다.

지난 19일 국제가정문화원(원장 임정민)에서는 시인 체험 및 시조 짓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으로 다문화자녀 2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테라티움, 주조사(칵테일 만들기 체험), 유아교육, 간호, 게임 개발자, 호텔 인사 담당, 경찰 등의 직업체험을 진행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탐색하고 개인의 진로 진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또래 활동을 통해 협동심을 키우고 교우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은 덤이다. 이 프로그램에 초중고 학생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해 교육하는 이유다.

이선희 국제가정문화원 사무국장은 “이 곳에는 베트남, 일본, 중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 다양한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각 가정에서 한 자녀 또는 두 자녀만 낳고 기르고 있다 보니 개인주의가 강한데 이 곳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저학년 동생을 도와준다. 도움을 받은 아이가 커서 나중에 들어오는 어린이를 돕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가정문화원에 있는 아이들이 장점은 밝다는 것으로, 경험 공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곳에서 바이올린 교육을 받았던 어린이가 성인이 돼 다시 이곳 아이들을 가르친다. 직업체험 일환으로 진행됐던 호텔 인사 담당 교육 강사도 이 곳에서 배웠던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선희 국제가정문화원 사무국장(왼쪽)과 장승심 시인(오른쪽)이 시조 글쓰기 교육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이선희 국제가정문화원 사무국장(왼쪽)과 장승심 시인(오른쪽)이 시조 글쓰기 교육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고려원(애월고등학교 1학년)양과 양인희(남녕고등학교 1학년)은 이번 프로그램 수강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닌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국제가정문화원에서 함께 생활한 ‘절친’이다.

이들은 “이 곳에서 교육을 받았던 언니로부터 바이올린 교육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언니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았는데 맏언니가 된 만큼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건(신엄중학교 2학년)군도 “7세 때부터 국제가정문화원에 다니면서 형과 누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본인도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조 교육을 진행한 장승심 시인은 “오늘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 타인의 감정을 알고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글을 통해 속상한 마음을 표현해도 된다. 시조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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