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④이중언어 교육
부모 국적 달라 정체성 혼란…가정 무관심 걸림돌
“가족 간 언어 장벽 없이 원만한 대화 너무나 당연”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승심 교육학 박사 [사진 = 김진규 기자]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승심 교육학 박사 [사진 = 김진규 기자]

늘어나는 제주 다문화가정 영재 학생 발굴의 핵심은 언어다. 다문화가정 학부모를 활용한 이중언어 교육 등 다양한 다문화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문화가정 부모 중에는 어릴 적부터 이중언어를 잘 지도해 외국 출신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녀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이중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한 다문화가정 부모는 “‘어릴 때부터 2개 국어를 가르치면 아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어느 학자의 말만 믿고 이중언어를 교육하지 못했다”며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국내 다문화인구는 109만3228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한다.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자녀는 2019년 기준 총 26만4626명, 국내 19세 이하 인구가 876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100명 중 3명이 다문화가정 2세인 셈이다. 지난 2021년 국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비중은 7.2%이며 제주도는 이보다 많은 7.7%로 이중언어 교육이 보다 더 절실히 요구된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 이중언어 교육과 연구 및 개발 지원,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례가 제정될 경우 다문화 학생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중언어 구사가 수월해 지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은 한국에서 성장하면서 제1언어가 한국어가 되고, 부모는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

다문화 학생에게 이중언어 학습을 장려해 향후 진로 선택 등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다문화 학생의 부모 언어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본지와 만난 장승심 교육학 박사는 “다문화가정 자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출신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며 “다문화가정에서 이중언어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족들의 무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장승심 박사는 “이중언어 사용은 두 나라에 대한 문화를 접하고 향후 두 나라간 가교역할까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주 여성인 어머니에게 서툰 한국어만 강요하면 오히려 다문화자녀 아이들의 한국어 발음이 나빠지고, 어머니도 우울증과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성장해 두 나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특히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 원장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 원장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 원장도 “결혼이민자가 임신할 때부터 아기의 영유아기 때까지 이중언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정민 원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이중언어 교육은 어머니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라며 “가족이라면 서로가 언어의 장벽 없이 원만한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중언어 환경에서 성장한 덕분에 모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자존감 향상은 물론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이러한 강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일반 초등학교 어린이의 언어능력을 100이라고 할 때 다문화가정 자녀는 79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언어발달지원사업을 통한 이중언어 인재발굴은 미래 인재 육성에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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