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리면서 제주관광은 역설적으로 호황을 맞았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 5월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려 의무 해제 등을 담은 방역완화조치를 발표,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한 이후 제주관광에는 오히려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풀리자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난 반면 제주를 찾던 국내 관광객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전체 관광객이 쑥 줄어든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내국인 관광객은 749만58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7만4509명에 비해 7.2% 57만8637명 줄고 외국인 관광객은 30만301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7% 늘었다. 외국인이 급증했지만 내국인이 비운 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승아)가 지난 23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제주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관광업계 간담회’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승우 도관광협회 국내외여행업분과위원장은 “코로나 펜데믹보다 엔데믹이 더 위기”라며 “제주관광의 코로나 피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제주관광이 위기에 처한 것은 국내선 좌석 공급 부족으로 인한 높은 항공료 등 외적인 요인이 적지 않지만 음식값이나 골프장요금을 비롯한 고물가 등 지역적 요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소위 ‘바가지관광’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도록 관광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항공편 증편 및 제주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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