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 ⑦양성평등
옥나리 사회복지사 “남편 가사·육아에 적극 참여하면 갈등 줄어들어”
“남녀 역할 고정 아닌 환경에 따라 변화 필요…개인 소중함 이해해야”

옥나리 사회복지사가 이주민 대표로 ‘결혼이민자가 보는 양성평등’에 대한 토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진규 기자]
옥나리 사회복지사가 이주민 대표로 ‘결혼이민자가 보는 양성평등’에 대한 토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진규 기자]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입국 초기부터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존중과 배려 중심의 평등문화 교육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족 캠페인과 남편의 가사와 육아 참여 프로그램 교육이 절실해요.”

캄보디아 출신의 옥나리 사회복지사는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제주의 온도’ 사옥에서 진행된 다문화 양성평등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018년 5월 21일부터 10월 1일까지 20부작으로 제작된 KCTV제주방송 시스콤 ‘하이퐁 세 가족’에 출연해 다문화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국사회에 던지기도 했던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이주민 대표로 토론자로 나섰다.

그가 ‘제주 다문화사회의 성평등 이슈와 과제’라는 주제로 자신과 동료 이주여성의 경험담과 고충을 털어놓자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옥나리 사회복지사는 “양성평등을 생각하면서 어릴 적 캄보디아에서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엄마는 ‘여자는 공부를 많이 해봤자 어차피 주방에 들어가서 집안일밖에 못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이게 양성 불평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은 캄보디아에서도 결혼을 하면 남자가 돈을 벌어서 아내가 관리하며 집안일도 너 나 없이 같이하는 방향으로 생활방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결혼생활 17년 된 결혼 이주여성이 처음 한국에 시집왔을 때 ‘남편이 일 갔다 오면 밖에서 힘들게 일했으니 주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시어머님이 말하곤 했다”며 “하지만 결혼이주여성 입장에서는 ‘본인도 밖에서 일하고 와서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집안일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의 차이로 가정 내 갈등이 일어나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나 시누이 등이 양성평등에 대해서 말을 해서 조금씩 도와주기는 하지만 아직도 남편의 밥을 세끼, 특히 쉬는 날에도 빠짐없이 꼭 챙겨줘야 하는 등 자유롭지 못하다. 남편이 한 끼라도 스스로 챙겨 먹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에서 생활한 지 15년이 된 어느 이주여성은 평소에도 집안일을 잘 도와주던 남편이 퇴직하고 거의 모든 집안일, 육아 돌봄 등을 남편이 하고 있다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상한 성격의 남편이지만 가사 일에는 꼼꼼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식에 대한 고집이 세 아내가 숨 쉴 곳이 없다. 이 가정은 아내가 집안일을 마음껏 꾸미고 살고 싶다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결혼 12년 차 이주여성은 많은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한국인 남편보다도 오히려 농사의 전문가가 돼 모든 농기계를 모르는 게 없을 만큼 잘 다루고 있다. 대신에 남편은 평소에 아이도 잘 봐주고 요즘에는 요리도 자주 한다. 이렇게 모처럼 한국에 시집와서 자신의 역량을 계발해 전문가 못지않게 성공적으로 잘 사는 가정들의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양성평등의 사례들을 보면 해마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양성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외국인 아내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믿지 않거나 한국말 발음이 어눌하다고 놀리며 무시하거나 집에서 아내의 고향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가정도 있다. 또 가사 일과 육아 돌봄은 여성만이 감당하는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다문화 양성평등 세미나 참여자들이 옥나리 사회복지사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다문화 양성평등 세미나 참여자들이 옥나리 사회복지사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노총각이나 능력 없는 사람이 동남아시아 여자를 데리고 온다는 편견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여성이 수박을 먹는데 “이거 그 나라에 있어?”라는 무시하는 투의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이러한 편견은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나 부부간의 나이 차이, 친정의 지지와 사회적 자원 동원 가능성 등에서 결혼이주여성들과는 비교되는 위치로 보인다. 한국인 여성들은 가사와 돌봄 부담에서 좀 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결혼이주여성들보다 권한은 누리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라서 해야 하는 일, 남자라서 해야 하는 일로 구분하는 차별의식을 갖지 말아야 한다”며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가정 등 주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개성을 지닌 독립된 주체로 서로 인정해주고 각 개인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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