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제주 물 ‘공공적 가치 실현 ② 제주 지하수의 특성
물순환 무한반복 과정 거쳐 재생가능한 천연자원으로 간주
투수층 좋은 화산암류 등 기인 대수층 산출능력 국내 최고

제주도 지하수의 분포 형태 모식도.(출처=제주도 지하수종합관리시스템)
제주도 지하수의 분포 형태 모식도.(출처=제주도 지하수종합관리시스템)

지구상에 있는 물은 바닷물(짠물)이 97.5%이고, 담수(민물)는 2.5%에 불과하다. 특히 지구의 물은 수증기나 물, 얼음 등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하늘과 땅, 바다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이른바 물순환(Water Cycle)을 반복하고 있다.

지하수는 ‘지하수법’에 의하면 ‘지하의 지층이나 암석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있거나 흐르는 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대수층을 따라 지하 내부를 흐르지만 때로는 한곳에 고여서 정체된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를 종합하면 지하수는 땅속에서 강처럼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지하 암반 내의 무수히 많은 아주 작은 크기의 기공과 틈을 꽉 채우고 있는 형태로, 압력 차에 의해 대수층을 따라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강수→지표수·지하수→증발산→구름→강수’를 무한 반복하는 물순환 과정에서 지하수는 바다로 유출되는 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지구의 물은 바다와 하늘, 육지와 지하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지하수는 일반적으로 재생 가능한 천연자원으로 간주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유역에서 지표공급원으로부터 지하수로 함양되는 양을 통해 채취하는 양이 평형을 유지할 경우 이 유역에서 지하수의 개발·이용은 무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부터 역사시대에 걸쳐 활동한 화산분출물로 형성됐다. 때문에 제주도의모든 지형은 섬을 형성한 화산의 활동시기 및 활동양상과 관련돼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도의 지표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투수(透水)성이 좋은 다공질 화산암류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다 제주는 연 평균 강수량이 1182~2207㎜로, 연 평균 제주 전체에 내리는 강우량은 약 40억 톤에 달하는 다우지역이다. 이처럼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만 물이 항상 흐르는 하천이 없고 건천만 존재하는 것은 제주도만이 가진 독특한 지질특성에 기인한다. 토양과 암석이 물을 잘 통과시키는데다 비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지하수는 투수성이 좋은 화산암류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수층(帶水層)의 산출능력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의 지하수 관정에서 하루에 3000㎥을 계속 퍼올려도 지하수위는 1m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제주도의 지하수 부존 형태는 담-염수 경계면의 형성 및 변동 특성, 서귀포층의 분포 상태, 지하수의 수리 경사, 지하수위 분포 및 변동 특성, 지하수의 수질, 지하 지질 분포 등을 고려해 기저 지하수, 준기저 지하수, 상위 지하수, 기반암 지하수의 4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상위 지하수 (High-level groundwater)는 대수층이 해수면 상부에 위치하는 지하수체로 정의되며, 비포화대에 존재하는 부유지하수, 암맥-저류 지하수, 포화대에 발달한 상위 대수층의 3가지 유형으로 세분된다.

이 상위 지하수는 강수에 따른 지하수체의 변화는 물론 계절별 유량과 수위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상위 지하수의 부존 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과 중산간지대 대부분으로 면적으로는 828.1㎢이다.

준기저지하수 (Parabasal groundwater)는 담수 지하수체의 하부가 저투수성 퇴적층인 서귀포층에 의해 해수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차단돼 G-H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지하수를 의미한다. 준기저지하수의 분포지역은 도내 남부지역을 제외한 북부와 서부, 동부지역의 중산간에서부터 해안까지 693.7㎢이다.

제주도 지하수의 지역별 분포도.(출처=제주도 지하수종합관리시스템)
제주도 지하수의 부존 형태.(출처=제주도 지하수종합관리시스템)

기저지하수 (Basal groundwater)는 염수와 담수의 비중 차이에 의해서 담수가 염수 상부에 렌즈 형태로 부존하는 즉, 기벤-헤르츠버그(Ghyben-Herzberg) 원리에 의해 부존하는 지하수이다. 해안 도서지역에 분포하는 지하수는 담수와 염수의 밀도차에 의해 무거운 염지하수가 아래 있고, 가벼운 담수지하수는 상부에 떠 있는 형태로 부존하는데 이같은 담수와 염수의 정역학적 형태를 말한다.

제주의 경우 기저지하수가 넓게 분포하고 있는 동부지역의 담수렌즈의 G-H비는 최소 1:13, 최대 1:31, 평균 1:19로 일반적인 G-H비에 의한 담수 지하수체 보다 얇은 담수렌즈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반암 지하수 (Basement groundwater)는 시대미상의 U층(미교결퇴적층), 서귀포층과 같은 저투수성 퇴적층 하부에 위치하는 대보화강암(지질연령 172.4±5.2Ma)과 용결응회암 등의 기반암 내에 발달된 파쇄대나 절리 등의 유효공극 내에 부존하는 강우 기원의 심부 지하수로 정의되는데 지하수의 수질이나 채수 가능량은 기반암의 구성 광물과 지질구조 발달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지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제주도내 지하수의 부존특성은 물수지분석을 실시해 적정 개발량을 재평가하려는 작업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는 하천수 등 지표수와는 달리 그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제주의 지하수를 재생가능한 천연자원으로 무한 반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하수의 개발·이용 및 보전 등에 관한 정책이 보다 세밀하게 구축돼야 한다.

<이 기사는 제주매일이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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