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 ⑨거점 가족지원센터
“거리 멀어 서비스 전달 한계…브릿지 역할 위해 동·서부 설립 필요”
“법인격 없는 행정시 요지부동…도민 공감·기초자치단체 부활 기대”

이상구 서귀포시 가족지원센터장과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성인지정책센터장.
이상구 서귀포시 가족지원센터장과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성인지정책센터장.

“제주의 동부와 서부 읍면지역에 규모가 작더라도 거점 가족지원센터가 있었으면 해요. 동지역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위치한 2개의 가족지원센터 만으로는 거리가 멀어 오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센터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정작 대상자인 다문화가정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이는 20년 이상 NGO 활동을 해온 이상구 서귀포시 가족지원센터장의 발언이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근 제주매일과 만난 이 센터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의 가족지원센터만으로는 읍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들이 서비스받는 데 한계가 있어 동부와 서부 읍면지역에 거점 센터를 설립해 브릿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제주도내 외국이주민은 3만2643명으로 제주도 전체 인구 67만3107명 대비 4.8%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평균이 4.1%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전국 지역별로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제주도는 7.0%로 전남(7.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가정도 읍면지역에 편중된 경우가 많다.

제주도가 다문화가족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읍면 지역의 다수 결혼이주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동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문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읍면지역에 거점 센터 설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읍면 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정 위탁 사업을 수행하는 도내 2개의 가족지원센터와는 달리 NGO단체는 후원금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공모를 통해 프로그램 사업비를 따오더라도 시설 운영비는 별개의 문제다. 사무실 임대료와 비품 등의 비용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후원이 크게 줄어든 반면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면서 상담 역할은 늘어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설 내 다문화이해강사 경우에도 공공근로·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의 일자리인 만큼 1년에 8개월만 근무하고 4개월은 쉬어야 한다. 상반기 4개월, 하반기 4개월 총 8개월만 근무하게 되는데 월 급여도 130여 만원에 불과하다.

재차 근로사업을 신청하더라도 다시 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저 시급도 보장되지 않은 박봉과 불안한 근로환경에도 ‘보람과 긍지’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공공근로·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근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의 업무능력과 열의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등 민감한 문제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다문화가정도 가까운 곳, 평소 알고 지내는 다문화이해강사에게 속내를 털어놓기를 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NGO 단체 관계자는 “제주도가 좁다고 하지만 도시와 농촌이 확실히 구분됐다.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조용히 해결하고 싶은데 도시(동지역)로 나가려면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며 “문제가 터지고 해결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에 주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제가정문화원 등 NGO 단체들이 다문화가정에게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읍면지역의 시설을 거점 센터로 전환해 프로그램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행정도 이러한 애로사항은 알고 있지만 문제는 제도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 권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점 센터 설립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양 행정시가 법적(법인격)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성인지정책센터장은 “연구자로서 다문화 정책 수요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행정당국에 보고서를 작성해 거점 센터 설립을 정식으로 제안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돼 상당히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행정체제 개편 움직임이 있는데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한다면 거점 센터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제주도민들이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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