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도시 집으로 오자 마자 “제주에 또 가고 싶다”
제주살이·한라산 등반 남편 ‘버킷리스트’ 동시에 이뤄

차희진씨와 자녀들이 비밀의 숲을 산책하던 중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차희진씨와 자녀들이 비밀의 숲을 산책하던 중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벌집 같은 도시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20대 혼자 제주를 방문했던 당시 제주에서 만난 초록빛 나무와 파란 하늘, 바다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그 천국 같은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니 꿈만 같았다. 남편의 버킷리스트 중 ‘제주살이’와 ‘한라산 등반’도 이룰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차희진씨가 제주매일이 마련한 ‘2023 살고 싶은 제주’에 신청한 이유는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가족들의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마침 남편도 육아휴직 중이었으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차씨는 “제주는 어딜 가나 초록색, 파란색이었다.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한 달간 거주하는 집에 티브이가 없어서 자연이랑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고 제주 한달살이를 경험한 뒤 만족감을 보였다.

차씨는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터를 잡고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차씨는 6세, 3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충북이 고향인 그는 늘 ‘초록초록’한 삶을 꿈꾸었지만 ‘현실’이라는 녹록지 않은 ‘벽’ 앞에서 자연에서의 삶은 그저 ‘이상향’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자연환경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에는 집에 있기보다 물, 호수, 산, 바다 등 자연 체험과 박물관, 모래 놀이터 등을 전전했다. 그러던 찰나 제주 한달살이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던 셈이다.

제주에서 한 달을 거주한다니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바다에서 수영하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갑갑한 도시의 삶과 현실을 떠나, 아이들과 함께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차씨는 “제주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차씨가 거주하는 경기도 화성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다를 가기 위해서는 차로 2시간30분을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차씨와 아이들에게 마당이 있는 제주의 집은 식물도 키우고, 비눗방울 놀이도 할 수 있는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차희진씨 자녀들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마당이 있는 집에서 뛰놀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차희진씨 자녀들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마당이 있는 집에서 뛰놀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차씨는 “물론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어서 육아 노동을 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이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자 보물이 됐다”며 “공영 관광지, 도서관, 박물관, 비자림, 오름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주를 누릴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는 차씨 성격상 이번 한달살이는 기간이 너무 ‘짧고’, 폭염, 폭우 등 날씨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동리에 거주하는 기간 마당에 심은 식물들이 빨리 자라지 않아서 다 자란 모습을 아이들이 보지 못했고, 폭염과 폭우로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차씨는 “물론 둘째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이 추억을 다 기억할진 모르겠지만 마당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이곳 동네 골목길에서 킥보드 타고 쌩쌩 달리는 아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아침마다 동네를 산책하는 것조차 너무 행복했다”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이들과 제주살이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더 크면 가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살이는 남편에게도 큰 의미가 됐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버킷리스트에 ‘한라산 등반’과 ‘제주살이’가 있었는데 이번 제주살이를 통해 한 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원래 계획엔 없었는데 남편이 너무 가고 싶어서 가벼운 운동화와 옷차림으로 한라산을 등반하고 난 뒤 증명서를 받아 와서 너무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기분이 좋아졌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함께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웃음 지었다.

차희진씨 아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차희진씨 아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이런 추억에도 불구하고 차씨 가족은 인프라 부족 문제를 실감했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모기 때문에 아이들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역축제에서 주차 문제로 얼굴을 붉힌 점은 아쉬웠다. 차씨는 “모기가 너무 독했고, 월정리에서 열린 축제를 방문했는데 주차 문제로 얼굴을 붉혀 월정리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다”며 “물가가 비싼 거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기름값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차씨는 여러 좋은 추억에도 불구하고 제주살이를 주저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각종 인프라 부족 문제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도보권에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어서 힘들었다”며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당장은 이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차희진씨와 두 자녀들이 밤바다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차희진씨와 두 자녀들이 밤바다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차희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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