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영화감독, 제주4·3평화기념관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
‘김동일’ 유품, 현실 존재들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기억문화 창조

제주4·3평화기념관에 설치된 김동일의 뜨개 132점을 활용해 만든 ‘등대’.
제주4·3평화기념관에 설치된 김동일의 뜨개 132점을 활용해 만든 ‘등대’.

시각예술가인 임흥순 영화감독과 항일운동가의 자손이자 제주4·3 당시 연락책으로 활동했던 인물, 김동일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보듬는다.

임흥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가 지난 16일부터 제주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조천중학원 학생 신분으로 4·3을 겪은 재일제주인 ‘김동일’은 195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2017년 작고할 때까지 재일제주인의 삶을 살았다. 그는 평생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옷을 수집하고 엄청난 양의 뜨개를 남겼다.

감당할 수 없었던 경험과 기억들이 흐트러져 있는 듯 그의 집은 마치 정리할 수 없는 역사였다.

임 감독은 유족들의 동의를 받고 그의 유품 2000여 점을 지난 2017년 MMCA현대차 시리즈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에서 소개한 데 이어 6년 만에 다시 이번 ‘기억 샤워 바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 ‘기억 샤워 바다’는 세 개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1전시장에서는 식민지 조선을 떠나온 이들과 해방 후 4·3을 겪고 난민이자 분단의 디아스포라로 살아야 했던 이들과 후대들의 이야기를 엮은 임 감독의 신작 ‘바다’가 상영되고 제2전시장에는 김동일의 옛 사진과 지난해 6월부터 제주와 서울, 부산, 일본 등에서 진행된 유품 나눔 워크숍 ‘고치글라 Run with Me’ 참여자들의 소감과 재창작된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제3전시장은 임 감독과 제주대학교 윤여일 작가가 공동기획한 코너로 강정 평화활동가와 생태관찰자, 월정리 해녀 등이 참여한 ‘말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12일까지 진행되며 10월 6일에는 탐라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학술심포지엄 ‘기억, 연결, 연대’가 마련되며 11월 11일에는 제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말의 바다’ 5명의 주인공이 참여하는 종합토론도 열린다.

한편 ‘기억 샤워 바다’는 2023~2024년 아르코 공공예술사업으로 선정된 ‘메모리얼 샤워 MEMORIAL SHOWER’ 프로젝트의 연계 전시로 내년에는 출판, 영상 작업, 김동일의 옷을 나눈 참여자들의 모습을 담은 메타버스로 다시 엮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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