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⑩가족 그리움
절친 양수연·이지수씨 “추석 명절 그리움 깊어져 외가 식구 보고파”
“어릴 적 추억 생생…후배 동생들도 많은 경험 추억 쌓길” 메시지도

양수연씨(사진 왼쪽)와 이지수씨
양수연씨(사진 왼쪽)와 이지수씨

추석 명절 즈음에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만난 양수연씨와 이지수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어엿한 성인이지만, 까르르 웃는 얼굴은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앳된 여고생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엔 당찬 반전 모습도 있다. 이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하는 와중에도 대학 장학금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업성적도 우수하다.

“올해 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제가 모은 돈으로 엄마와 쌍둥이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가 있는 엄마의 고향으로 가려고 해요.”

양수연씨가 월급으로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는 와중에도 돈을 모아 해외에 있는 외가 식구를 만나려는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이지수씨 역시 호텔과 제과점, 대형마트 등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학업과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잠시 쉬고 있다.

이 둘은 다문화가정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진 동갑내기 친구다.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함께 등·하교를 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절친이다.

양수연씨의 어머니는 중국, 이지수씨의 어머니는 필리핀 국적 출신이다.

양수연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이수지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의 나라를 가본 게 마지막이다.

양수연씨는 “지난해 1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장례를 보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무척 아쉽다”며 “생전에 외할아버지는 한국에 오고 싶어 했지만, 비자를 받는 게 어려워 끝내 오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양수연씨가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가려는 자금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양씨가 일하고 있는 카페에는 이지수씨의 언니도 근무하고 있다.

양수연씨는 “카페 사장님도 좋은 분이고, 지수 언니와도 함께 일하고 있어 전혀 힘들지 않다”며 “일도 재미있다 보니 카페를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지수씨는 “제가 어릴 적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외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기억난다. 가끔 엄마에게 필리핀 전통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먹는데, 외할머니가 직접 해주신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수씨는 외할머니와 거의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지만,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

이지수씨는 “필리핀에 있는 외할머니를 비롯한 외가 식구들을 모두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주국제가정문화원을 방문한 것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다문화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바이올린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들이 중학교 시절부터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배웠던 바이올린을 어린 동생들에게 전수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곳에서 바이올린 교육을 받았던 어린이가 성인이 돼 다시 이곳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들이 어릴적에 언니 오빠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동생들에게 베푸는 선순환 구조다.

이들은 “솔직히 오랜만에 방문했다. 제가 어릴 때 다녔던 국제가정문화원 모습과 달라진 게 없어 신기하고, 어릴 적 기억도 많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어릴 적에는 노는 것이 마냥 좋았다”며 “바이올린 수업을 받기 싫어 땡땡이 치기도 하고, 국제가정문화원 국장님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고 말했다.

이지수씨는 “돌이켜 보면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다”며 “어릴 때 많은 경험과 좋은 추억을 쌓으라고 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적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어린 동생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이유다.

이지수씨는 바이올린에 대한 좋은 추억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보다 한 살 많은 친언니가 있는데 7살 때 유명 가수인 SG워너비와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 언니는 당시 SG워너비로부터 선물 받았던 바이올린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 동생들의 바이올린 수업을 돕기 위해 강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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