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물 공공적 가치 실현 ⑤ 해저지하수 2단 위 아래 선
SGD 유출 과정서 바다 생태계 영향…활용 방안 마련 신중
농업용수 활용하면 지하수 사용량 줄여 수자원 보존 ‘효과’

 Y계곡 이끼폭포, 어승생 수원지의 근원인 용천수. 사진제공=제주지하수연구센터
Y계곡 이끼폭포, 어승생 수원지의 근원인 용천수. 사진제공=제주지하수연구센터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지하수위 변동폭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제주지역 수자원 이용량의 95% 이상 절대치를 차지하는 지하수는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물 부족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최근 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방안이 해저면을 통해 지하수가 바다로 직접 유출되는 ‘해저지하수’이다. 제주의 지하수가 육상이나 조간대, 공유수면 등에서 나오면 용천수로 명명하고, 제주 연안의 바닷속에서 용출되면 SGD(Submarine Groundwater Discharge: 해저지하수 유출)라고 말한다.

먼저, 2021년 기준 도내 용천수는 모두 646개소로 제주시 385개소, 서귀포시 261개소가 분포돼 있다. 이 용천수의 90%인 581개소는 해발 200m 이하 저지대에 분포하고 있고, 중산간 지역 40개소, 산악지대 25개소 등으로 파악된다. 이 중에서 162개소(23.7%)는 이용 중이지만, 나머지 484개소(75.0%)는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중인 용천수를 용도별로 살펴보면 생활용 99개소, 농업용 44개소, 상수원 17개소, 소화용 2개소 등이다.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용천수의 취수 가능용량은 1일 73만6700㎥이지만 실제 이용가능한 수량은 1일 13만4000㎥로 한정돼 있다. 농업용으로 이용되는 용천수의 총 용출량은 1일 5만6000㎥으로 제주시 2000㎥, 서귀포시 5만4000㎥로 대부분 서귀포지역에 몰려있다. 이러한 용천수 이용은 제주의 전체 수자원 이용에 있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말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SGD(해저지하수 유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다로 유출되는 양이 연평균 약 9억~14억㎥에 이르는 막대한 양으로 제주지역 지하수 사용량의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SGD는 지하수 부존량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바다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바다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할 때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활용수는 물론 농업용수도 제주의 지하수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SGD를 농업용수로만 활용해도 제주의 지하수 사용량을 줄여 궁극적으로 수자원을 보존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돼야 하는 시점이다.

애월읍 신엄리 해안용천수(남또리물)의 열화상 촬영사진. 용천수 시설물 밖 짙은 파란색 부분이 바다에서 용천수가 나오는 위치. 사진제공=제주지하수연구센터
애월읍 신엄리 해안용천수(남또리물)의 열화상 촬영사진. 용천수 시설물 밖 짙은 파란색 부분이 바다에서 용천수가 나오는 위치. 사진제공=제주지하수연구센터

실제로 서귀포시 신례리 공천포 연안의 경우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된 SGD의 양은 1일 약 5만5000㎥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다.

특히 SGD는 대수층의 내부 구조와 용암류의 경계 분포에 따라 해안선에 가깝거나 더 먼 해상에서도 나올 수 있는 점을 볼 때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이용가능한 지 면밀한 조사도 필요하다.

SGD에 대한 물수지 분석을 비롯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해양 오염 여부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그 유출경로와 범위 파악에 대한 연구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 제주본부는 제주도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SGD에 대해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와 분석, 검증계획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수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연말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주관한 ‘해저지하수 유출’ 활용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용철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섬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수자원의 확보·관리 측면에서 제주의 해저지하수의 활용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주의 대체 수자원과 재생에너지로써 해저지하수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제주매일이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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