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 공공적 가치 실현⑨ 제주물의 세계유산적 접근
유네스코 이코모스 제안 지난 2011년 이후 국제사회 큰 관심
용천수 등 훼손 막고 원형 보존 통한 가치 재인식 계기 돼야

조천읍 신촌리 조반물 용천수와 주변 경관.(사진은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제공)
조천읍 신촌리 조반물 용천수와 주변 경관.(사진은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제공)

‘유산’은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넘어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것으로,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는 세계유산, 무형문화 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을 지정해 보호·보존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세계유산은 지난 1972년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한 후 1975년 이 협약이 발효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문화와 자연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복합유산으로 분류되며, 올 10월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 14건, 자연 2건 등 총 16개의 세계유산이 지정돼 있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의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전 지구적인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새로운 관점에서의 물과 관련된 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를 중심으로 각국의 물 유산 발굴을 위해 ‘물과 관계가 있는 문화유산(water-related heritage)’에 주목하고 있으며, 과거의 물과 관련된 시설과 이용의 역사·문화 보전을 위해 ‘물 유산’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도 생겨나고 있다.

물 유산(water heritage)은 인간과 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어 발전된 문화, 즉 ‘물 문화(culture of water)’ 가운데 현재 시점에서 잘 보전해 미래 세대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형과 무형의 문화요소가 상호 결합해 있으므로 그 정의는 물론이고 가치 평가 등 매우 복합적인 성격의 한 유형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면서 생활의 변화와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기존의 문화재 가치 기준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코모스의 물의 문화유산 열대 및 아열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테마연구 표지.
이코모스의 물의 문화유산 열대 및 아열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테마연구 표지.

‘물 유산’에 대한 국제적인 새 흐름으로 지난 1982년 유네스코는 이코모스의 제안에 따라 매년 4월 18일을 ‘기념물과 유적을 위한 국제적인 날’로 지정한 후 지금까지 일정 테마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물의 문화유산’을 테마로 선정해 세계 각국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테마 연구의 대상 지역을 열대와 아열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선정하면서 우리나라는 제주도 용천수 사례(애월읍, 조천읍)를 제시했다. 이코모스는 물과 유산이라는 주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문가 회의와 워크숍을 여러 차례 국제적으로 조직하고 개최하면서 ‘물 유산’은 다양한 종류의 ‘살아있는’ 유산 장소(heritage place)를 상호 연결해 주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물 유산의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과 대만이다. 일본은 물과 관련된 시설이나 문화를 전승·보전하기 위해 유산 등재, 지자체의 제도, 관과 주민의 거버넌스 구성 등 물 문화유산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구마모토시는 물과 관련된 자연, 역사, 풍습, 인물, 예술 등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을 구마모토 물 유산으로 등록(용천수, 음식, 토목건축, 축제, 풍습 등)해 수자원에 대한 보전 의식을 높이고 후세에 계승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만은 지난 1990년대 산업 유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물 관련 유산이 등장했다. 산업유산(산업시설, 기계, 이용된 공간, 그 개발의 역사, 수집품 등)의 시대적 변화와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게 되자 오히려 관심이 늘어나 조사·연구를 수행하면서 물 관련 유산 연구의 기원이 됐다.

지난 2010년부터 대만의 정부 기관들이 다양한 가치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물 유산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에서는 ‘물 자원의 구술사’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존된 물 유산은 전통적인 물 이용시설의 형태와 구조 등 역사·문화의 현장으로, 미래 세대의 교육과 물 유산의 상징적인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제주 물의 세계유산적 접근은 유산의 훼손을 막고, 원래의 상태로 보존하는 것 뿐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그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제주매일이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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