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 ⑫ 예술작품으로 본 이주
제주도립미술관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 특별전 개최
이주-정착-거주 거치며 일상 새롭게 조형 ‘문화 재정의’ 눈길

제주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정착한 이주민들이 존재하며 그 역사도 세대를 거쳐 의미를 지닌다. 2010년을 전후한 제주 이주 열풍으로 유입인구가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도 다수 포함된다.

전시는 다양한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주, 정착, 거주의 과정을 축적하며 혼성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을 새롭게 조형하고 문화를 재정의한다.

이주 문제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풀어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립미술관의 2023 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가 오는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은 혐오와 배제 없이 자연스럽게 모든 이주를 받아들일 것을 권하고 있다.

이지유 작가의 '더 베슬 : 배, 그릇, 혈관'
이지유 작가의 '더 베슬 : 배, 그릇, 혈관'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지유 작가의 ‘더 베슬:배, 그릇, 혈관’이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군대환’이라는 배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을 나타낸 것이다.

이 배는 1923년도부터 1945년까지 제주 인구의 4분의 1을 일본으로 날랐다. 보통 이주의 과정에 있어서는 개인의 자발성이 크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제주인들이 이주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을 작업으로 표현했는데 당시 식민주의적인 상황, 기저에 깔린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생각하면 그 과정이 마냥 자연스럽거나 밝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 어두운 배경 속에서 어두운 모습으로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밤의 이주’라는 타이틀의 회화로 표현했다.

이주의 과정은 본질적으로 식민과 제국주의의 그늘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해방 이후에도 국가폭력을 피해 이주는 계속됐다. 근현대 100여 년간 이재수의 난부터 태평양전쟁, 4·3, 한국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현상들 뒤에는 이동, 이주 과정이 존재하며 이를 도운 배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선박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대항해의 끝 현상으로서의 제주, 그리고 그 작은 섬이 다시 세상에 영향을 미친, 뜻하지 않은 나비효과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옥선 작가의 ‘신부들, 사라’
김옥선 작가의 ‘신부들, 사라’

김옥선 작가의 ‘아다치 초상’은 일본의 후쿠오카, 오사카, 나가사키 지역에서 만난 재일 한인들과 이주 외국인들의 인물 사진 작업도 눈에 들어왔다. 아다치는 인물 사진 작업을 주로 진행한 후쿠오카의 지명이다.

‘신부들, 사라’의 연작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인물 사진이다. 1900년 초, 사진 교환만으로 하와이 결혼 이주를 결심한 한국의 사진 신부(picture bride)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작가는 국내로 이주한 신부들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그들이 내린 인생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로 현재의 모습을 담았다.

이유진X루앙삭 아누왓위몬의 ‘우리가_하는 한’
이유진X루앙삭 아누왓위몬의 ‘우리가_하는 한’

한국의 이유진과 4세대 중국계 태국인인 루앙삭 아누왓위몬이 협업한 ‘우리가_하는 한’이라는 작품은 제주에서 두 달간 함께 거주하며 진행한 생태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연구를 시각화한 몰입형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제목의 빈칸에 ‘사랑’, ‘돌보는’, ‘머무는’, ‘떠나는’, ‘논쟁하는’, ‘노래하는’ 등 다양한 명사와 동사를 채울 수 있다. 즉 복수의 시나리오 혹은 풍경을 상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제주 출생인 고닥과 독일 베를린 출생인 요하네스 팔마티가 함께 작업한 ‘파도, 어디에 있나’는 복잡한 이주 문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했다. 이주민의 ‘새로운 자리’와 ‘이주민이 떠나고 고향에 남겨진 가족, 친구들이 경험하는 빈자리’다. 1970년대 독일로 간 파독 간호사들의 경험담, 독일 베를린과 제주의 해외 이주민 이야기들도 수집했다.

‘떠나보내고’, ‘떠나오는’ 사람들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고, 사회 속 주최이면서 개체인 이주민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전하고자 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