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업위원회·제주민예총, 11~28일 두 번째 4·3예술 교류전
386세대 박영균 작가 전시…11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도

박영균 작 ‘그 총알들 어디로 갔을까’
박영균 작 ‘그 총알들 어디로 갔을까’

속옷 차림의 여성이 야릇하게 서 있고 노래주점 조명 아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솔아 솔아 푸른솔아’를 열창하는 회화작품 ‘86학번 김대리’는 1980년대 20대를 보낸 1960년대생인 386세대를 상징하는 박영균 작가(57)의 1996년도 작품이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경험한 ‘김대리’가 시위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이 장면은 386세대의 아픔과 내면의 갈등을 표출하며 시대적, 세대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세대의 정체성을 섬세한 서사로 풀어내는 박영균 작가가 이번에는 제주4·3의 역사를 그림 안으로 불러냈다.

10여 년 전 제주 4·3유적지 답사에서 느낀 4·3항쟁의 아픔과 여전히 치유받지 못한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지금은 초록이 생동하고 있지만 75년 전에는 총탄이 날아들었을 숲은 ‘치유의 색’인 보라색으로 채색해 위로를 전한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사장 김동현)이 주관하는 4·3항쟁 75주년 기념 4·3예술 교류전의 두 번째 프로그램 ‘잠시 구름 속에 앉아 있는 길’이 오는 11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관덕정 인근 포지션 민에서 열린다.

이번 교류전에 참여하는 박 작가는 경희대학교와 경기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에 벽화 ‘청년’을 제작했다.

1990년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활동을 하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가 199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사회를 견인해 온 광장의 정치를 주목하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대한문 앞 꽃밭에 관한 리포트’ 역시 2013년 광화문의 보도 위에 급조된 꽃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와 농성장을 철거한 자리에 꽃을 심어 시민들의 보행을 막는 등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된 꽃밭에 당시 정치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다.

제주4·3과 해군기지 갈등의 대상지였던 강정마을을 주제로 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개막일인 11일 오후 4시에는 박영균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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