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⑬한국어학급
내년 제주북초·아라초서 미숙한 한국어 집중 교육 시행
“저출산 빈자리 외국인으로 채워지면서 정책 전환 시급”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문기혁 장학사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문기혁 장학사

중도입국 청소년인 A군은 또래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과 같은 교실에 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A군에게 학교생활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비자발적인 제주 정착과 미숙한 한국어로 인한 정서적 위축은 학교생활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A군은 학교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 등 학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일반학생과 함께 교육받게 되자 교실 맨 뒷자리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A군은 새로운 재혼가정 가족 구성원에 적응하는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막연함, 진학·진로의 불확실함 등에 두려움이 컸지만, 자신에게 모국어로 알려주는 사람도,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결국 A군은 제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본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A군처럼 중도입국 자녀가 제주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시도 또는 홀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주에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중도입국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중도입국 자녀는 2014년 49명에 불과했지만, 올해(4월 기준)는 251명으로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가정 자녀는 비교적 적응이 빠르지만, 갑작스럽게 본국에서 한국에 온 청소년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외국인 가정 자녀도 해당한다. 도내 외국인 가정 자녀는 2016년 119명에서 올해는 344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중도입국 청소년과 외국인 자녀 수는 595명으로 도내 다문화 학생(3128명) 대비 19.0%를 차지하고 있다. 도내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로 전국 5위다. 또한 도내 외국인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충남(5.7%), 경기도(5.2%)에 이어 전국 3위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 학생의 교육을 돕기 위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입국 초기 중도입국과 외국인학생(유아 포함)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집중 교육을 위한 특별학급을 운영한다.

일반학교 내 특별학급을 설치해 6개월에서 최대 4학기까지 한국어(KSL)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집중 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북초등학교와 아라초등학교 2곳이 한국어 집중 교육 운영학교로 선정됐다.

제주북초등학교는 인근 나오미센터(천주교제주교구 봉사산체)에 예멘 난민 등 외국인이 자리하고 있고, 원도심학교인 만큼 교실 이용에 문제가 없다. 현재 학교의 다문화학생은 22명(외국인자녀 11명, 국내 출생한 다문화 학생 11명, 중도입국 학생 3명)으로 향후에도 꾸준한 한국어교육 수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아라초등학교는 인근 대단지와 제주대학교에 외국계 이·공과대학 연구원(외국인가족)이 많다. 올해 1학기 교직원 회의에서 교원들이 한국어학급 개설을 희망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초등 돌봄을 위한 모듈러교실을 설치하는 만큼 교실도 부족하지 않다. 아라초등학교에는 55명(국내출생 36명, 외국인자녀 14명, 중도입국 5명)의 다문화자녀가 있다.

전국 16개 시도에는 527개의 한국어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제주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다문화 기관과 함께 타지역 벤치마킹을 통해 노하우를 익히고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방안이다.

문기혁 제주도교육청 국제교육과 장학사는 “지금까지 다문화 정책은 복지 개념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며 “저출생·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라 노동력이 감소하는 빈자리는 이민자로 채워지는데 이들 자녀가 한국 학생과 화합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다문화 정책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장학사는 “제주도는 지금부터 기초를 다지고 있는데 ‘다문화’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움츠러드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이들은 ‘이중언어’의 재원들이다. 도교육청은 이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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