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대륜동주민센터

 

가을이 되면 신규 실무수습 직원들이 배치된다. 그 때가 되면 제가 신규공무원이 돼 동사무소로 배치됐을 때가 떠오르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 단정히 차려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해 직원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다. 아직 정식 업무가 주어지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드리거나 간단한 사무업무를 하기도 한다. 
여느 때과 같이 자리에 앉아 보조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동사무소 문을 열고 오자마자 다짜고짜 직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담당 직원도 놀란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업무처리 담당 직원의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직원은 화를 내는 민원인의 사연을 경청해 주었으며, 그 분은 사과하는 직원에게 더 이상 꾸중하지 않고 나중엔 격려해 주셨던 일이 있었다. 나중에 그 어르신과 직원은 얼굴 붉힐 일이 없이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는 사이가 됐다.
그때 당시 필자는 사무실에 앉아서 오고 가는 수많은 민원인과 직원들을 보며 ‘나는 어떠한 공직자가 될 것인가?’를 제일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나는 친절한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친절의 정도야 기준이 다양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친절은 민원인이 문의하면 성심성의껏 안내 해드리고, 불편 사항이 있으면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에 대해 잘 숙지돼 있어야 성실히 안내가 가능할 것이고, 문의 사항에 대해 해결 방안이 없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것보다는 일단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공직 생활을 위해 부단히 친절하려 노력해 내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고 싶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