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수-서귀포시 관광진흥과

 

관광진흥과에서 일하다 보니 관광 안내와 관련된 여러 팸플릿을 보게 된다. 그중 눈에 띄는게 하나 있었는데 한국관광공사에서 여러 장애인협회의 검수를 받아 제작한 장애인을 위한 관광안내 매뉴얼이었다. 
이 팸플릿이 눈에 띈 이유는 표지에 쓰인 작은 문구 때문이었다. “선의의 행동이 당사자에게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필요한 지원을 정확하게 확인한 뒤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의 팸플릿 문구를 보고 나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원하는 친절이란 무엇일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 전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서울의 번화가에서 늦은 저녁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때, 젊은 분이 휠체어를 타고 일행과 함께 버스 정류장에 나타났다. 
그분은 운전기사님께 휠체어가 탈 수 있게 저상버스 출입문의 슬로프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운전기사는 버튼을 눌렀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지 버스에서 내려 휠체어를 본인께서 들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휠체어 탑승자는 사람이 휠체어를 직접 옮기면 위험하다고 거절했고, 운전기사가 다시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슬로프를 내리고 휠체어를 탄 승객을 버스에 태울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원했던 친절은 몸이 불편한 사람도 수월하게 버스에 탈 수 있도록 하는 잘 관리된 시스템일 것이다.
이제는 더 나아가 서비스 대상자가 원하는 친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응답을 해주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지식을 사전에 준비하는 공직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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