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 일번지 인도네시아를 가다④
대륙부=광동·해양부=푸젠성이 주류 이뤄…경쟁서 협력관계 변화
제주의 ‘아세안+α’ 성공 위해선 화교 네트워크 적절히 활용해야

네덜란드 식민통치와 함께 순다 끌라빠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동남아 최대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글로독(Glodok) 입구 모습.
네덜란드 식민통치와 함께 순다 끌라빠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동남아 최대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글로독(Glodok) 입구 모습.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새삼 실감하는 것 중 하나는 중국인 이민자들인 화교의 힘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내의 화교는 전체 인구의 4%인 800만~90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이들 화교는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전체 경제권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 여느 나라에서도 중국인 이주민들인 화교의 경제적 영향력은 대부분 70~8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화교의 이주 역사는 바닷길 실크로드가 열리면서 시작됐을 만큼 오래됐다. 화교는 중국을 의미하는 ‘화(華)’와 타국에서 거주한다는 뜻의 ‘교(僑)’가 합쳐진 말이다. 화교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중국 본토를 떠나 해외 각처에 정착하여 경제활동을 하면서 본국과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에서 유기적인 연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인 또는 그 자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화교는 세 부류로 나뉜다. 중국 본토 이외의 국가나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가리키는 말은 화교이다. 그러나 2, 3세대로 대물림을 하면서 현지 국적을 가진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들을 화교와 구분하기 위해 화인(華人)이라 부른다. 이 화인 중 중국계 사회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현지 국적자는 화예(华裔)로 분류되면서 화예를 제외한 화교와 화인을 일반적으로 화교라고 칭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약 2000만명에 가까운 화교가 퍼져 있으며, 이중 90% 이상이 홍콩, 대만을 포함해 동남아 등에 집중돼 있다.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인도네시아에 이주를 시작한 것은 네덜란드의 동남아 개척이 본격화 되면서 부터이다. 소수의 네덜란드인들이 바타비아를 근거지로 삼은 이후 식민지 인도네시아인들의 반란을 두려워하면서 많은 중국인들을 이주하도록 했다. 중국인들을 불러들여 식민지인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는게 보다 안전하고,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때 해상활동이 활발했던 중국의 푸젠(福建)성에서 대거 자카르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고 한다.

특히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던 18세기부터는 주석광산이나 고무농장, 사탕수수 농장 등의 개발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해 지면서 다시 한번 푸젠성 쪽에서 쿠리(苦力)로 일컬어지는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 들었다. 이들이 사실상 인도네시아 화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 대륙부 아세안으로 광동(廣東)성 출신이 대거 이주해 온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양부 아세안에는 푸젠성 출신이 상당수이다. 이들 푸젠성에서 대거 이주해 온 중국인 화교는 특유의 상술과 부지런함,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정착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현지인들과의 반목도 깊어졌다.

특히 수하르토 집권기인 지난 1966년 이후 20세기 말까지 인도네시아의 신질서시대를 맞아 정치적으로는 차별을 받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집권세력과의 결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다.

자카르타 대형쇼핑몰에 들어선 화교 식당.
자카르타 대형쇼핑몰에 들어선 화교 식당.

현재는 인도네시아 상위 100대 부자의 약 80%가 중국인 후손인 화교들이다. 화교기업들은 초창기 무역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후 제조업, 금융업 등으로 확장했고, 지금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화를 통해 인도네시아 경제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에서 성공한 화교기업의 특징으로 출신 지역별로만 뭉쳐 온 폐쇄성을 꼽았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이는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이 지속되자 인도네시아에서 화교들의 위상도 달라지는 것과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출신 지역별로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 중심이었던 화교사회가 점차 중국 대륙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전역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대륙부 아세안 5개국은 광동성과 커쟈(客家)족, 해양부 아세안 5개국은 푸젠성과 하이난(海南)도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알고, 활용하면 ‘아세안 +α’의 성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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