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⑮김녕초
다문화 비율 30% 육박…학생 간 편견 없지만 학력격차 커
김혜림 교사 “부모 아이들 관심·학교 마을 간 협업도 필요”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혜림 김녕초등학교 교사.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혜림 김녕초등학교 교사.

김녕초등학교(교장 김양선)의 전교생 95명 중 다문화가정 학생은 28명이다. 전체 30%에 육박할 정도로 제주도내 모든 학교 중 다문화가정 비율이 가장 높다.

전국 5위인 제주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4.0%라는 점에 비춰볼 때 김녕초처럼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높은 곳은 전국에서도 드물다.

김녕초의 다문화가정 학생 28명 모두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만큼, 친구들과 피부색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보편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학교가 김녕초다. ‘손을 맞잡고 자신의 빛깔을 밝히며 함께 성장하는 우리’라는 학교의 비전과 ‘공감과 이해, 인성 세움’ 교육목표도 이를 잘 대변하는 듯했다.

김혜림 김녕초 교사는 “생김새가 다르고 한국어가 조금 서툴러도 아이들은 편견이 없다”며 “동 지역이 아닌 읍 지역이라서인지 마을 공동체 활성화가 잘 돼 있는 것도 김녕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인근에 학원 수가 동 지역에 비해 비교적 적어 방과 후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아이가 누구의 자녀인지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보살펴준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와 마을 공동체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고 한다. 학교와 주민들이 돌보더라도 부모의 보살핌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 간 ‘문화 차이’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부모는 공개 수업 참관에도 적극적인 반면, 국적에 따라 ‘아이는 놔두면 알아서 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주변에서 밤 9시가 되도록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 경우도 있다.

김 교사는 “교내 다문화가정 학생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만큼 한국어가 능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하다 보니 언어적 문제가 가장 크다. 한글 읽기와 쓰기, 말하기부터 부정확하다 보니 학력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학교에서도 이를 가장 우려하고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국가 정책과도 직결된다. 이에 김녕초는 교사는 물론 외부 강사를 투입해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가정 학생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등을 활용해 별도의 교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물론 열심히 학교 활동하는 외국인 어머니도 있다. 이들의 자녀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운다”며 “외국인 어머니의 학교 활동 참여 독려를 고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두려워하는 낙인 효과를 없애는 게 관건”이라며 “‘누구의 엄마는 외국인이야’하는 시선을 없애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근래에 들어‘이중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상은 한국어도 서툰데 외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를 위해 외국 부모의 문화를 외국어로 말하기 발표 대회를 열고, 심사위원으로 외국인 어머니를 초청한다면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외국인 강사가 다문화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만, 일반 외국인 어머니가 학교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일반 외국인 어머니를 심사위원 등 중책에 맡기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교 인력은 적고 감당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내가 과연 내년에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마을과의 협업을 통해 슬기롭게 추진하려 한다”며 “복지 담당 교사들과도 잘 의논해서 올해보다 조금 더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개발해 김녕마을과 다문화 이해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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