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준-농협제주본부 유통지원단

 

한 번쯤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당나귀를 달리게끔 하기 위해 눈앞에 당근을 매달고 채찍을 휘두른 데서 유래한 ‘당근과 채찍’,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는 동기부여가 다를 뿐 일을 수행함에 있어 능률을 높이는 하나의 도구로 작용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 당근이라는 보상만 주어져도 최대한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강압적인 수단으로서의 채찍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채찍의 ‘불필요한 동반’으로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농산물을 수확하는 농가들일 것이다.
올해 제주 당근 재배면적과 생산 예상량은 1,431ha, 5만4000톤으로 평년에 비해 각각 20%가량 증가했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있어 종종 괴리가 발생한다. 농산물은 10%만 증가해도 가격은 20% 넘게 하락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도내 당근 재배면적의 86%를 차지하는 구좌지역 농가들은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당근에게 붙어온 채찍 ‘풍년의 역설’ 때문이다.
이러한 채찍을 피하기 위해 제주당근연합회를 중심으로 농가들은 비상품 당근 폐기운동과 분산출하, 상품 당근을 이용한 음료 등 가공용으로 1만톤 이상 처리 예정이며, 구좌농협은 출하물량 조절을 통한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107억원을 들여 1만톤 가량을 농가로부터 직접 사들이고, 농협경제지주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촉진 행사를 실시 예정이다.
이렇듯 농협, 생산자단체와 농가들이 풍년의 역설에 맞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풍성한 수확 후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는 이들의 생업으로 직결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지나친 가격 규제나 오로지 더 낮은 가격만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당근농가에 잔인한 채찍이 될 뿐이다.
농가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적정선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적절한 가격이다. 때로는 채찍이 없는 당근이 더 나은 성과를,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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