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⑯김군봉·이수진 부부
이수진 “체류 기간 끝나 돌아가는 친엄마 생각하면 눈물”
김군봉 “장모님 가시면 가족과 함께 베트남 나들이 갈 것”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수진·김군봉 부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수진·김군봉 부부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이수진씨(29, 베트남 이름 휜티티)는 두 명의 엄마와 함께 산다.

3층 건물에 2층은 이씨와 남편인 김군봉씨(42), 딸, 친엄마가, 3층에는 시부모 가족이 살고 있는 것이다. 1층은 상가다.

2018년 김씨와 만나 국제결혼한 이씨는 딸을 출산하고 1년만에 한국 국적 취득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똑순이다.

결혼 전 대만으로 건너가 취업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했던 그였지만, 처음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문화가 다른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언어 장벽이 높았다.

“한국 생활을 시작할 때는 제가 갓난아기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말도 못하고, 문화도 다르다 보니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죠.”

이러한 그를 적극 응원하면서 힘을 준 건 남편 김씨와 시부모 그리고 친정엄마였다. 어린 딸을 시부모와 친정엄마가 돌봐주자 시험공부에 전력 할 수 있었다.

그는 2년 전부터 남편이 다니는 직장인 호텔에서 파트타임으로 일도 하고 있다. 출퇴근도 남편과 함께한다.

그는 “남편과 항상 함께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며 “남편 스케줄에 따라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웃었다.

그는 일과시간이 끝나고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그는 “처음에는 여느 결혼이주여성처럼 바리스타 공부를 했지만, 하면 할수록 점점 좋아졌다. 원래 커피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카페에서 1~2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본격적으로 내 가게를 차릴 생각이예요. 남편도 적극 도와주기로 했어요.”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TV로 유튜브 베트남 방송을 보기도 한다. 가끔은 쇼핑도 함께 한다.

또한 베트남에 있는 아빠와 2명의 남동생과 자주 영상 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랜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도 깊지만, 동생은 어릴 적에 헤어지면서 애틋함이 남다르다. 그러나 엄마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초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엄마는 내년 6월이면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 F1비자 체류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수진씨와 친엄마, 딸이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진씨와 친엄마, 딸이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던 엄마가 베트남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는 이씨에게 남편 김씨는 “장모님이 돌아가게 되면 베트남 가족을 만나러 함께 가자”고 달랬다.

김씨는 자상한 남편이다. 이씨가 김씨를 첫눈에 반한 것도 그의 착한 모습 때문이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예요. 결혼 생활 6년째다 보니 여느 부부처럼 다투기도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기분이 풀려요.”

김씨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우리 부부를 포함해 세 쌍이 합동 결혼을 했는데 우리를 제외한 두 쌍 모두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생각보다 크다. 이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 이제는 제법 한국 생활에 익숙한 것은 남편이 배려 때문이다. 남편이 최근 수술로 몸이 많이 아픈데도 언제나 함께하려고 해 늘 고맙다. 빨리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갰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내는 타국에서 자신만 믿고 낯선 한국에 왔다.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끝까지 아끼고 책임지겠다”고 화답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들 부부는 카페를 나서면서 손을 꼭 잡으며 서로 간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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