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통합 지원사업 ⑰ 디아스포라 노래하다
양방언 “부정적 시각 아닌 미래 위해 손잡고 나가야”
제주-오사카 직항로 개설 10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

‘양방언, 디아스포라를 노래하다’토크 콘서트가 24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진행됐다.
‘양방언, 디아스포라를 노래하다’토크 콘서트가 24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진행됐다.

‘양방언, 디아스포라를 노래하다’는 이주민을 비롯한 다문화의 진정한 공존과 포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했다.

24일 오후 7시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제주-오사카 직항로 개설 10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 ‘양방언 디아스포라를 노래하다’가 진행됐다.
디아스포라는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뜻이다.

제주-오사카 직항로는 1923년 2월 최초 개설, 제주 향토자본이 설립한 제우사(濟友社)가 직항선을 처음으로 띄운 이후, 그해 3월 아마시키기선 군대환이 제주-오사카 항로에 취항했다. 일제강점기와 긴 흉년으로 빈곤했던 제주인들은 급격한 산업화로 노동력이 필요해진 오사카와의 직항로를 운항했던 ‘군대환’을 타고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해마다 일본으로 건너가는 제주인은 증가했고, 1934년 동경·오사카 거주 제주인들은 당시 제주도 인구(약20만명)의 25%인 약 5만명에 달했다.

이주의 과정에 있어서는 개인의 자발성이 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이다. 당시 일본 속 제주인들은 차별과 냉대 속에서도 제주인의 긍지를 갖고 제주 발전과 경제적 발전에 헌신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제주인들은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고향 제주를 위해 도로포장, 전기·전화·수도가설 등 생활기반시설은 물론 학교·마을회관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 기부, 제주 발전의 초석이 됐다.

재일제주인의 이주 역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역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제주인의 자부심이자 세계로 뻗어나갈 동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양방언은 제주의 푸른 바다색 슈트와 흰색 후드 티 차림으로 등장했다. 다큐멘터리 작가 안현미 씨의 진행으로 양방언 씨와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고지우 학생이 재일제주인의 이주생활과 제주인의 정체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음악과 함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고향 제주를 담아낸 곡들의 탄생 배경, 재일제주인이라는 경계인으로서 음악 이야기 등이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은 제주 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다. 클래식과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들며 음악으로 국적, 민족, 국경의 경계를 허무는 재일제주인 음악가이다.

일본 속 이방인으로 살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음악으로 국경, 종교, 민족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적 음악가 양방언. 그가 태초의 땅 제주에서 음악으로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에게서 제주는 그리운 곳이다. 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제주는 아버지 말대로였다. 쪽빛 협재 바다를 늘 그리워하며 여름이면 자리돔 물회를 꼭 맛봐야만 했던 아버지다. 술이 불콰하게 오르면 무릎에 앉혀놓고 “내 고향 제주는 말이야…”로 시작했던 아버지의 지독한 고향 사랑은 아들 양방언에게도 이어져 ‘Prince of Jeju(탐라의 왕자)’를 탄생시켰다. 2013년 제주에서 초연된 그의‘해녀의 노래’는 21세기 해녀의 당당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담았다.

양방언씨는 “10년 전 이곳에서 공연했는데 다시 돌아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저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제주인 2세다. 아버지로부터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항상 듣고 자란 만큼 제주의 DNA가 제안에 깃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미 작가는 “양씨의 음악에는 스산한 바람과 공기, 바다와 같은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사할린으로 이주해야 했던 제주인의 디아스포라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지우씨는 “얼마 전 읽었던 칼럼이 떠오른다. 이제 막 한곳에 뿌리내리려는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과정에서 많은 잔뿌리를 잃게 된다”며 “또 새로 심은 곳에서도 토양에 맞춰 다시 안착하는 동안 성장도 멈춘다고 하는데, 먼 타지로 가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어 “이번 제주-오사카 직항 개설 100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를 연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재일제주인의 역사, 더 나아가서는 재외동포가 남긴 발자취를 그들만의 역사로 한정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로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디아스포라의 노래 : 아리랑로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며 “특히 러시아의 고려인들은 강제로 이주당했다. 저 역시 디아스포라의 한 사람이다.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미래를 위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려는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