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신남방정책의 방향 1. 아세안이 뜬다
중산층 소비의 59% 동남아서…미·중 갈등속 몸값도 상승
탐라때부터 교류 역사·문화 공통점 찾아 세밀히 접근해야

제주와 아세안의 다채로운 자원을 공유하고 한국-아세안 파트너십을 다지기 위한 소통공간인 제주 아세안홀이 지난해 9월15일 제주국제평화센터에 개관했다.
제주와 아세안의 다채로운 자원을 공유하고 한국-아세안 파트너십을 다지기 위한 소통공간인 제주 아세안홀이 지난해 9월15일 제주국제평화센터에 개관했다.

민선8기 제주도정은 지방외교의 핵심정책으로 ‘신남방 + α’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동남아 10개국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ASEAN)과의 교류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1. 아세안이 뜬다

아세안(ASEAN)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의 약칭이다. 지난 1967년에 설립된 아세안은 동남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초국경연합체로 발전해 왔다. 아세안은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대륙부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필리핀 등 해양부 5개국 등 10개국에 총인구는 약 7억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35세 이하의 젊은이들로 소비와 생산 면에서 매력적인 인구구조를 갖고 있는 신흥시장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오는 2030년 세계 중산층 소비의 59%가 동남아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서 아세안은 인구 6억4000만명, 역내 GDP 2조5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단일시장으로 출범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세안 각국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에다 중국에서의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경제성장과 이에따른 생산과 소비급증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0년 새 글로벌 패권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이 아시아 회귀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아세안 10개국은 미·중 양국이 놓치기 어려운 전략적 거점이 되면서 그 몸값은 더욱 치솟고 있다.

여기에다 아세안의 경제성장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점을 볼 때 오는 2030년에는 아세안 전체의 총합 GDP가 세계 4위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의 입장에서는 신남방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게 되면 지난 세기 일본에 이어 2010년대 중국에 인적·물적 교류를 의존하면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일본과 중국에 ‘몰빵’하면서 빚어졌던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세안은 국가별로 경제규모나 소득수준격차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염두에 둬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GDP는 약 1조 달러이지만 라오스나, 캄보디아, 부르나이는 100억달러 정도로 무려 100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5만 달러가 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이지만 지난 2021년 기준 미얀마는 고작 1200달러, 캄보디아는 1600달러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때문에 제주는 아세안+α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아세안국가내 도시들과 교류를 진행할 것인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농촌인력난 해소를 통한 농업활성화를 위해 ‘제주형 계절근로자’라는 명목으로 아세안국가에서 인력을 데려오고 있다. 기존 아세안에서 온 어선 근로자를 포함하면 최소 2000명 이상의 인적교류가 제주와 아세안 도시 간에 이뤄지고 있고 이는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주-아세안+α’로 대변되는 신남방정책은 과거 기원전후부터 해상실크로드를 통해 인적·물적교류를 활성화했던 역사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해상실크로드는 각 지역별로 연결됐던 연안항로가 무역풍의 발견과 범선의 대형화 등에 따른 원거리 항해를 통해 아랍-인도-동남아-중국-한반도-일본으로 연결됐다.

제주도는 한반도·일본은 물론 중국의 동북부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인 영향 때문에 역사·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신남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알고 있는 ‘정낭’이나 ‘고인돌’, ‘설문대할망 설화’ 등의 유사사례가 있는 아세안의 지방들을 연구, 발굴해 내고 제주도와 연계하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

이는 외교권이 없는 제주도가 아세안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중동지역까지 국제관계를 확장함으로써 고대 탐라왕국의 번영을 재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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