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제주도와 행정시의 관계는 ‘제왕적 도지사’라는 한 마디에 압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가 예산편성권이 박탈된 행정시 예산을 좌지우지하고 인사권을 쥐고 있는 부시장은 물론 4급 또는 읍면장 인사에까지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행정시나 행정시장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특별자치도 출범 명분으로 삼은 공무원 조직 슬림화나 예산 절감은커녕 오히려 제주도 권한만 비대해지면서 오래 전부터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있어 왔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도민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가장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도민들은 행정시를 예전처럼 지방자치단체로 돌리든가 아니면 현행 체제에서라도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줘야 할 것이 아니냐는 입장인 반면 제주도는 되레 행정시를 더욱 장악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2일 열리는 시무식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지방공사, 출자·출연기관장과 함께 행정시장 및 5급 이상 공무원을 모두 집합시켰다.
신년 벽두 직원들을 마주보며 덕담을 건네고 새해 마음가짐도 다지는 행정시별 시무식은 아랑곳없이 도와 행정시간 일사불란한 도정 운영을 강조하며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다. 
제주도로서는 소위 ‘원 팀’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행정시 직원들은 처량한 행정시의 현주소라는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
오영훈 지사가 당선되고 민선8기가 닻을 올린지 1년 6개월, 이제 슬슬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된 만큼 조직을 추스르고 독려하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을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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