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이야]‘청룡의 해’ 갑진년…모험과 낭만 꿈꾸는 남다른 스케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구름과 용’.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구름과 용’.

유난히 힘들었던 2023년을 뒤로하고 용(龍)이 힘찬 기운을 머금고 하늘로 승천하듯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희망을 안고 출발했다.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은 10일 주기를 이루는 천간(天干: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의 갑(甲)과 12띠 중 다섯 번째 띠인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합쳐진 해다.

십간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 5가지 색이 두 해씩 순환하는데 지난해까지 검은색이 2년 지났기 때문에 올해는 다시 청색을 시작하며 ‘청룡의 해’가 됐다. 매년 배정되는 간지는 음력 연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갑진년의 진짜 시작은 음력 1월 1일부터다.

용띠는 도량이 크며 생명력과 힘이 넘친다고 알려져 있다. 끝까지 일을 관철시키는 돌파력과 결단력, 절제, 인색을 비웃으며 몸을 도사리지 않고 크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혼란과 파란 속에서 출세하는 운수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는 성장하기 어렵고 모험이나 낭만을 꿈꾸는 스케일이 큰 인물이 많다.

용띠와 화합하는 띠는 잔나비띠, 쥐띠며 불화하는 띠는 개띠다.

# 상상 속 동물로 강우 지배…물과 ‘깊은 인연’

용은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하는데 옛말 ‘물’과 상통한다. 바다나 폭포에 용이 산다고 믿어오던 것이나 예로부터 용에게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행해진 것을 보면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 옛 책인 ‘광아(廣雅)’에 용은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과 같고, 눈은 토끼와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덜미는 뱀과 같고, 배는 큰 조개와 같고, 비늘은 잉어와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묘사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왕부의 말’이라 하여 ‘광아’와 일치하는 기록이 나온다.

용은 왕의 상징인 곤룡포에도 그려지면서 왕의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강우를 지배하는 수신으로 신앙되면서 용신 신앙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무사 항해와 풍어 등 바다를 관장하는 수신(水神)으로 제주지역에서도 전승되고 있는 용왕굿, 용왕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 용연·용두암 등 용 관련 지명 제주지역 12개

용은 물에 산다고 전해지면서 용소, 용연, 용담 등 용 관련 지명도 많이 남아 있다. 용산, 용두리, 용두암 등 지형적 형태에서 유래한 용 관련 지명도 많다.

지난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의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 이중에 용 관련 지명은 1261개로 가장 많다.

용 관련 지명은 전남이 310개로 가장 많고 전북 229개, 경북 174개, 경남 148개 순이며 제주에는 용두암, 용머리, 용담, 용연, 쌍용굴 등 12개로 집계되고 있다.

바다와 만나는 절경에서 타는 투명 카약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는 쇠소깍도 사실 용과 관련 있는 장소다.

쇠소깍 인근 지명 유래비에는 “쇠소깍은 쇠소와 하구 부분의 바닷가를 통칭하는 지명이며 옛조상들은 쇠소에 용이 산다하여 용소(龍沼)라 부르기도 했다”고 쓰여있다.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용연 역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곳으로 예로부터 이 일대에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에 살고있는 용이 승천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선인들이 풍류를 즐기던 모습을 이르는 ‘용연야범(龍淵夜泛)’은 ‘영주 12경’으로 용담1·2동은 매년 축제를 통해 이 절경을 재연하고 있다.

용연과 가까운 바닷가에는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 약초를 캐러 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몸은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물 위에서 바위로 굳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용두암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사계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이 외에도 용을 품고 있는 지명은 다랑쉬오름 등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을 볼 수 있는 용눈이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앞 바닷가 ‘용머리해안’, 구좌읍 김녕리 용두동(용머리동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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