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심-대천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오늘 우리집 저녁 밥상은 콩국에 친구가 갔다준 고등어 구이 그리고 김치이다. 
콩국 한사발을 맛있게 먹었는데 문득 외할머니 밥상이 생각이 났다. 외할머니집 올래에 들어서면 큰 팽나무가 있었고 집 둘레에는 댕유지나무, 나주미깡, 감나무, 앵두나무, 대나무 등이 있었다.  
집 앞 큰 마당은 안거리, 밖거리 이동 통로이기도 하고 많은 농산물들을 타작하는 가공장소, 그리고 손자들이 소리지르며 뛰어놀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외할머니 따라 부엌 맞은편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큰 항아리에는 온갖 곡식들이 채워져 있는 곳인 외할머니께서 관리하는 고팡이 있었다. 어린맘에도 먹거리가 있는 곳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할머니께서 관리하는 고팡은 가을이면 풍성해지고 조냥하면서 지켜왔고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이웃과 함께 나눠 먹던 인자하신 모습이 나이 60이 넘어도 자꾸만 자꾸만 떠오른다. 이런 따뜻하고 달콤함을 함께 나누고 싶어 대천동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주민과 함께 채워가는 고팡을 오픈한지 1년이 돼 간다. 처음은 두려움반 걱정반이었다. 나눔냉장고와 고팡을 채울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대천동 주민들께서 관심을 가지시고 많은 도움을 주셔서 서툰 걸음마에서 조금은 익숙해짐을 피부로 느꼈다.
1년동안 운영하면서 감명깊었던 것은 인터넷상의 홍보영상을 보고 엄마손을 잡고 고팡을 방문해 직접 마련한 라면 등을 기부하면서 다음에는 용돈을 모아 더 좋은 물품으로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던 어린이! 자영업을 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4살, 2살 자녀를 키우는 아주 예쁜 세아이의 엄마가 손수 만든 김치를 한사람씩 가져갈수 있도록 김치용기에 담아서 나눔냉장고에 기부하는 사랑의 손길! 노란콘테이너에 감귤,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을 무겁게 들고 오셨던 착한 농부의 손길! 
이처럼 지역주민의 소중하고 작은 마음들이 모여모여 채워지는 대천고팡은 기존의 기초생활수급자 위주가 아닌 긴급위기가구 복지 사각지대 대상 등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우선으로 지원했다.
그동안 착한기부에 같이 동참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사랑을 채워주시느라 발로 뛰고 마음으로 품어 안았던 4기 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