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학살 주범에 탄핵 해외로 쫓겨난 인물 선정 납득 못해” 지적
공공도서관 “내부적으로 논의 거쳐 포스터 철거 여부 검토할 것”

제주도공공도서관에 전시된 이승만 포스터
제주도공공도서관에 전시된 이승만 포스터

국가보훈부가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하고, 이에 따른 포스터를 제주도공공도서관이 전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제대군인 및 월남 귀순용사의 보상·보호, 군인 보험, 기타 법령이 정하는 보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보훈부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10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 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고, 약 3만명이 학살된 제주 4·3사건의 주범이기도 한 그의 포스터를 제주도공공도서관이 버젓이 전시하는 게 타당한지에 따른 논란이다.

국가보훈부는 “이 전 대통령은 배재학당 재학 시절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약 50년간 민족의 독립역량을 축적하는 실력양성운동과 열강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독립을 이루려는 외교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민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매진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신문고에는 제주도공공도서관에 이 전 대통령의 포스터가 전시된 데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시민이라는 A씨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며 도서관을 방문하던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의 포스터를 봤다”며 “개인 행적에서 독립운동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국가보훈부가 선정을 미룬 것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제주도의 교육에서 4·3이 어떻게 교육되고 기억되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승만 포스터를 도서관에서 볼 제주의 학생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된다”며 “아무런 행동도 없이 1월을 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포스터 옆에 이승만의 4·3 행적을 소개하는 포스터나 4·3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포스트잇을 부착 또는 의견을 듣는 게시판을 열어 도민들의 솔직한 생각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는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오래전부터 이뤄졌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며 “제주4·3학살의 주범이자 국민들에 의해 탄핵당해 해외로 쫓겨난 인물을 국민들이 기려야 할 인물로 선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공공도서관이 포스터를 전시한 것은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면서도 “제주도민과 4·3유족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 만큼, 4·3교육 등을 통해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해 포스터 철거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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