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추럴 퍼펙트 ‘제주빙온숙성센터’를 가다

수조 안에 빙온숙성 중인 한우.
수조 안에 빙온숙성 중인 한우.

한우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육류다. 특히 한국인은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근내지방을 고급육의 척도로 볼 정도이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는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우는 ‘비싸서 사 먹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고 수요도 등심, 안심, 갈비, 채끝 등 구이용 부위에 편중돼 있다. 이로 인해 한우 농가는 저지방 비선호 부위가 잘 안 팔려 고민이다.

한우는 약 48% 정도가 저지방 부위로 생산되고, 암소도 약 42%가 2~3등급육으로 출하된다. 한우 1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절반 가까이가 구이용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수요가 적은 저지방, 비선호 부위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우의 저지방 비선호 부위 맛을 좋게 하는 숙성 관리 기술이 개발돼 숙성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제주빙온숙성센터의 대형 수조.
제주빙온숙성센터의 대형 수조.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제주빙온숙성센터(대표이사 김대석). 들어서자마자 컴퓨터로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눈에 띈다. 이어 눈에 들어오는 대형 수조 60개. 하나의 수조에 소 1마리의 각종 부위를 숙성시킬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에 60마리의 소를 숙성시킬 수 있다. 입고 날짜와 출고 예정일까지 꼼꼼히 이력제도 운영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숙성 방법인 웻에이징과 별반 달라보이는 게 없으나 수조 표면에 떠있는 알갱이 크기의 얼음입자로 인해 웻에이징에서는 불가능한 저지방육 정육부위의 장기숙성이 가능하므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제주빙온숙성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내추럴 퍼펙트가 내세운 숙성 방법은 ‘빙온(氷溫) 숙성’. 이 방식은 바닷물 또는 소금물로 만들어진 직경 0.1~0.5mm의 작은 염수 얼음 입자로 냉장이나 냉동이 아닌 제3의 온도영역인 ‘빙온(0℃~-1.7℃)’에서 40~90일 동안 온도의 흔들림 없이 정밀하게 유지해 장기 숙성시킨 것을 말한다.

이때 육고기의 세포는 얼어서 죽지 않으려고 글루탐산 등 자기방어 물질을 생성해 풍미가 증가하고 생화학적, 물리적 숙성에 의해 육질이 연해지게 된다.

빙온숙성 모습.
빙온숙성 모습.

이 때문에 저지방육이라도 40일 빙온숙성을 거치면 고지방육 못지않게 부드럽고 맛이 좋아져 소비자들의 입맛과 건강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비싸서 먹지 못했던 한우 등심과 안심의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 빙온숙성을 의뢰한 대신육가공은 제주도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빙온숙성 안심 한우 행사를 열었는데 이 기간 동안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

김태환 대신육가공 제주지사장은 “행사기간 동안 한우 안심과 등심을 100g당 6900원에 판매했는데 저렴해서 많이들 사갔다”며 ”향후에도 농협 하나로마트와 함께 빙온숙성 안심한우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온숙성의 또 다른 강점은 곡물사료값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는 옥수수사료를 사용해 1++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사료비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빙온숙성의 경우 자가 배합에 의한 새로운 사육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가배합에 의한 사육은 사료비를 낮출 수 있어 한우 생산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육질의 저하는 40일 이상의 장기 빙온숙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어 축산업계의 기대가 큰 분위기다.

사실 빙온숙성시스템의 개발은 내추럴 퍼펙트가 최초이나 슬러리 아이스 생성장치는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다. 초창기에는 일본의 시설을 응용해 숙성을 시작했으나 혐한 분위기로 인해 일본에서 시설 판매를 거부하면서 산업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내추럴 퍼펙트가 2016년 ‘빙온 슬러리 아이스 개발’을 시작하고 난 뒤 빙온기술을 국산화시킨 데 이어 슬러리 아이스를 이용한 저온 장기숙성 시스템을 개발, 2023년에 서울과 제주에 빙온숙성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꼼꼼하게 이력도 관리한다.
꼼꼼하게 이력도 관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인정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이마트 쓱닷컴(SSG.com)과 숙성한우 판매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빙온숙성기술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수산물 저온보관 및 숙성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획득함으로써 향후 한우, 흑우와 돼지고기를 넘어 수산물 영역까지 빙온숙성 범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농수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농가뿐 아니라 소비자 물가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내추럴 퍼펙트 빙온숙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웃음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소고기의 고급화·대중화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것”

[인터뷰] 김대석 제주빙온숙성센터 대표이사

김대석 제주빙온숙성센터 대표이사.
김대석 제주빙온숙성센터 대표이사.

김대석 제주빙온숙성센터 대표이사로부터 빙온숙성 장점을 확인했다.

김 대표이사에 의하면 쇠고기의 숙성 방식은 크게 건식숙성과 습식숙성으로 나뉜다. 우선 건식숙성은 소고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 습도, 풍속 조건을 고려해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습식숙성은 고기를 진공포장해 온도는 마이너스 1~4도, 습도는 75~85% 수준으로 유지해 숙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건식, 습식 모두 숙성고 온도 편차가 심하고 특히 기존 습식숙성은 40~90일 장기숙성이 불가능해 저지방육과 정육을 숙성할 수 없었다.

반면 제주빙온숙성센터의 빙온숙성은 축산업계 최초로 1등급 및 2~3등급의 한우를 40일 이상 습식숙성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방식의 장기간 빙온숙성을 거치게 되면 기존 육질 대비 1등급 이상씩 육질이 고급화되며, 포화 지방산이 감소 되고, 몸에 좋은 한우를 더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다.

김 대표이사는 특히 “빙온숙성 기술을 적용해 저지방 저등급 부위를 구이용 부위 수준까지 육질과 맛을 향상시키면 전체 부위 소진은 물론,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고기 소비가 늘고 있는데 빙온 숙성을 통해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진한 고품질 한우 상품 등으로 수입육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빙온숙성에 대한 세계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급화와 대중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이에 더해 “제주흑우와 한우의 상품성 향상은 물론 제주산 돼지고기의 고급화 및 비선호부위의 균형적 소비를 이끌어 내 숙성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또한 제주광어를 사들여 빙온숙성한 뒤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며 어느 정도 진행이 구체화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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