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서귀포서도 행사 진행
비가 와도 열기 식지 않아·적은 예산은 숙제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주관으로 1만8000신을 굿판에 모시는 의식인 '초감제'를 하고 있다.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주관으로 1만8000신을 굿판에 모시는 의식인 '초감제'를 하고 있다.

1만8000신을 맞이하는 탐라국 입춘굿이 3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제주민예총은 2월 2일부터 4일까지 제주 목 관아와 서귀포 올레 시장 인근에서 탐라국 입춘굿을 진행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참여했다. 주관 기관이 제주시에서 도로 이관됨에 따라 올해는 서귀포에서도 입춘굿이 열렸다.

2일 서귀포 시청 1청사에서 시작한 입춘굿은 올레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관광객과 도민, 상인들에게 축복을 빌었다. 상인들은 차려진 제사상 앞에 절을 하는 등 풍성한 한해가 되길 바랬다. 목 관아 근처에선 천냥국수를 도민들에게 나눠줬는데 많은 도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천냥국수는 옛날 마을마다 흑우 한 마리씩 잡아서 입춘날 나눠 먹었다는 기록에서 근거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우비를 입고 천막을 치는 등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3일 에는 주젱이·허멩이 시험 및 체험시간이 열렸다. 주젱이는 볏집을 엮어서 무엇에 씌울 수 있도록 만든 물건으로 곡식이나 음식 등을 덮어씌워 눈과 비를 막는데 쓰였다. 허멩이는 허수아비의 제주방언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실청새남굿 때 쓰는데, 허멩이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환자의 병을 낫게 했다.

만들어진 허멩이를 세워 부군칠성을 모시는 굿이 진행됐다. 이 굿에서도 올해 풍년이 들고, 모든 이들이 건강하길 기원했다. 메밀떡을 나누며 입춘 수다를 진행했는데 배우 현애란, 소리꾼 진은오, 무용가 박연술이 출연해 모두를 웃게 하는 재미있는 수다로 좌중을 웃게 했다. 이후 제주굿 창작 한마당이 이어졌다. 좋지 않은 것을 꺾어내고, 풀어내며 세상의 풍요와 평화로움을 기원하는 예술가들의 소망을 담아냈다. 이후 봄이 오는 소리를 신나는 타악기로 표현한 ‘뺄라지다’의 공연이 있었다. 바투카다라는 생소한 장르를 연주하는 뺄라지다는 음악만큼은 생소하지 않은, 신나는 공연을 펼쳤다.

칠머리당영등굿모존회 심방이 오영훈 지사에게 덕담을 하고 있다.
칠머리당영등굿모존회 심방이 오영훈 지사에게 덕담을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많은 도민, 관광객 등이 참여해 우산을 쓰거나 천막아래서 새해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모여 들었다.

마지막 날에는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주관으로 초감제를 했는데 하늘에 있는 1만8000신들을 굿판에 모시는 의식이다. 이 자리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참여해 심방의 덕담을 듣는 등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번 입춘굿은 시에서 도로 승격됨에 따라 도 전역에서 열리는 등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민예총 관계자는 “그만큼의 예산이 따라오지 않아 운영에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다 풍성하고 도민 전체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예산이 뒷받침되어 줘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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