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준-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양효준-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약 3년간 도민들의 곁을 지키며 여러 유형의 신고 출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독 가정폭력 신고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머릿속 기억으로 생생히 남아있다.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해 현장에 가보면 가정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함께사는 배우자 또는 자녀가 대부분이다. 
가해자는 출동경찰관에게 “집안일에 경찰관이 개입한다, 말을 안 들어 훈계한 것뿐이다” 등 당당한 태도로 각양각색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본인이 행사한 가정폭력을 정당화 시키려 한다. 
하지만 막상 신고한 피해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용서하거나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지”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출동한 경찰관에게 가해자의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다. 더불어 무기력한 표정으로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모든 가·피해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뉘우치는 가해자와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사를 보이는 피해자도 있다. 
가정폭력의 특성상 타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밀폐된 공간 즉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에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의 경험상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에 따라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신고가 접수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러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개선, 홍보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정사라고 생각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가정폭력범죄의 발생률 감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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