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대병원 ‘긴급 환자 우선’ 비상 진료체계 돌입
의대 증원 반발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파업 힘 보태
지방병원으로서는 정부와 첨예 대립 파장 빠른 종식 기대

제주대학교병원에 부착된 안내문. 제주대병원은 20일부터 전공의 집단 결근 사태로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된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제주대학교병원에 부착된 안내문. 제주대병원은 20일부터 전공의 집단 결근 사태로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된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결근한 첫날인 20일 제주대학교병원은 겉으로는 평상시와 다름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는 무거웠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제주대병원 전공의 75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주대병원에 파견된 서울 소재 병원 전공의 20명을 포함해 73명이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 대부분은 전공의 파업과 관련한 질문에 회피하거나 함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나 보호자 대부분은 “(전공의들이 파업한)첫날이라서 그런지 현재로서는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에 부착된 안내문에 ‘금일(20일)부터 원내 다수의 전공의와 수련의 부재로 인해 응급실은 비상 진료체계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긴급도 및 중증도가 높은 심폐정지, 응급분만, 응급투석 및 한국응급환자 분류도구 1~2등급 환자를 우선해 접수 및 진료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는 응급실 진료까지 장시간 접수대기 등 불편함이 동반될 수 있다’는 문구는 의료공백의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수술이나 진료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데다 여론도 나쁘다 보니 이래저래 병원 내 분위기가 무거운 것이 사실”이라며 “병원 내부적인 문제라면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치적 동향에만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지방 병원으로서는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파장이 속히 종식되길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는 의사의 보조적 일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일을 다른 직종이 대처할 경우 불법 소지도 있다”며 “오늘이 첫날이어서 피부로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의료공백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