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철-제주시 주택과 주택행정팀장
문성철-제주시 주택과 주택행정팀장

제주시 주택과에는 ‘세이(say)경청 건축상담실’이라는 건축사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상담실이 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도내 건축사 71명이 순번을 정해 재능기부에 참여해 주고 있다. 아직 홍보가 덜된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 불경기로 건축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런지 상담을 받는 경우가 하루 한두 건에 그친다. 바쁜 사람들을 모시고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 담당 직원 잘못인 양 미안해진다.
지난해 4월 제주시장과 건축사회 회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의 상담실 운영을 흔쾌히 받아들여 12월 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지속 여부의 필요성에 의문이 생기다 보면 피로가 누적되고 당초의 취지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3개월 운영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포기는 이르다. 다시 한번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운영 방법도 개선해 봐야겠다고 내심 결의를 다져본다.
 사실 일반인에게 집을 짓는 일은 살아가는 동안 가장 큰 모험이고 용기이다. 결심과 준비에서부터 실제 준공하는 과정까지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어렵게 건축비를 마련하고 땅을 구입하고 설계사를 찾아가서 주거의 꿈을 풀어내면, 건축사는 설계의 시간과 건축허가의 절차를 거치고 믿을 만한 시공자를 찾아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민원을 해결해야 하고 예정보다 지연되는 공사를 설득과 압박으로 진행시켜야 하며, 공사비 증가로 속을 끓여야 한다. 준공 후에는 아쉬움이 남아 추가 공사를 하고 가구를 들이고 화룡점정 화려한 대문을 다는 것으로 마무리는 됐으나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이 30%나 증가한다.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고 이마에 주름이 깊어진 후에야 대역사가 완성된다. 남들에겐 두 번은 절대로 하지 못할거라 엄살을 떨면서도 다음에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내심 흐뭇해 한다.
‘세이(say)경청 건축상담실’은 위와 같은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고자 도내 건축사 71명이 의기투합한 재능기부의 현장이다. 
개인이 처음 접해보는 내 집 마련의 과정을 한눈에 알 수는 없겠지만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실수를 줄여간다면, 꿈이 현실로 되는 과정이 지난한 과정이 아닌 행복한 순간들의 점철일 수 있을 것이다. 
입문을 꿈꾸는 많은 건축주들이 ‘세이(say)경청 건축상담실’을 찾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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