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서귀포시 기후환경과
김경미-서귀포시 기후환경과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식물을 모르는 나에게 한라산의 회백색 구상나무가 고사목이라는 것을 안 것도 사실 그닥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햐안 등걸을 지닌 낮은 키에 날카롭게 뻗은 줄기는 마치 추사의 세한도 속 소나무 같았고 작은 관목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서있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다. 유럽의 자작 나무숲처럼 원래 그런 나무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언젠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원에 산책을 갔다가 시험지에 있는 여러 종류의 삼나무, 편백나무, 비자림 등 침엽수림 구경에 푹 빠져 있는데 그 옆으로 연두빛의 또다른 매력의 침엽을 가진 묘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의 표찰에는 ‘구상나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달 서귀포시 청정환경국은 환경-녹지분야 공직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도정의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이날 강사는 제주 기후변화 최전선의 상징으로 성판악의 구상나무 군락지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2009년의 푸르름으로 가득한 구상나무 숲과 석회석 지대처럼 구상나무 고사목들로 채워진 2016년의 성판악은 슬라이드 속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서귀포시는 오는 7일 제79회 식목일을 맞아 상창리 논오름 일원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한다. 
법정 공휴일로 보냈던 어린시절의 식목일은 산사태 방지, 산림자원 회복 등을 위한 것이었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를 감축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지구열섬화를 늦춰줄 숲조성을 위한 오늘날의 나무심기는 그나마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탄소감축을 위한 행동의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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