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가중치 1위 전세 54.2에 비해 사과 2.3 불과…체감도 크지만 실질적 영향 짧거나 미미

제주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매대 위 사과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매대 위 사과를 바라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두고 농산물이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리며 또 다시 농민들이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2월 제주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월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5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를 두고 농산물을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사과(89.8%), 배(76.9%), 귤(51.7%) 등 큰 폭으로 상승한 농산물 가격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언론 보도가 계속되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고, 오렌지, 바나나 등을 직수입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요 대책이 농산물에 집중되며 소비자 물가 상승 주범론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하지만 물가 상승의 책임을 농산물에만 덧씌우는 건 곤란하다. 통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는 품목별 가중치가 적용된다. 2022년 기준 가중치(총지수 1000) 상위 품목은 1위 전세(54.2), 2위 월세(44.9), 3위 휴대전화료(29.8) 4위 휘발유(24.1), 5위 공동주택관리비(21.8) 등이다. 이에 비해 金(금)사과로 일컬어지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십자포화를 맞은 사과의 가중치는 2.3으로 20위 안에도 없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의 핵심 수치인 기여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품목별 가중치에 증감율을 곱해 산출하는 것으로 결국 기여도가 높을수록 소비자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올해 2월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 기여도는 서비스가 1.05%p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은 0.66%p로 그 다음이며 공업제품 0.65%p, 전기‧가스‧수도 0.09%p를 기록했다. 결국 농산물 가격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 찍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플러스의 ‘농식품 물가 이슈, 진단과 과제’ 보고서는 “농식품 물가는 시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체감도가 높지만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지 않고 가중치 또한 대부분 0.3% 미만으로 매우 낮다”라며 “순간적 체감도가 클 수 있지만, 실질적 영향은 짧게 지속되거나 미미할 수 있어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식품 물가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생산자의 소득과 생산 유인이 잠재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생산자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상호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때만 되면 주기적으로 보도되는 농식품 물가 관련 이슈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 농식품 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제한적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홍보하면서 중장기적 수급 및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충분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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