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큼 작은 투표칸 바늘구멍 매한가지…투표 행사 확인 어려워
제주지역 시각장애인 유권자만 4000명 이상…“사표로 전락 안돼”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시각장애인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에게 부축받으며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시각장애인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에게 부축받으며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모든 유권자의 참정권은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관문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손톱만큼 작은 투표칸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바늘구멍 크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제주도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4000명을 훌쩍 넘는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시각장애인들은 제주도 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에게 부축받으며 제주의 한 기표소에 들어섰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투표소에서 신원을 확인받은 후 투표용지와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받아들고 기표소로 향했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활용해 기표하지만 투표 칸에 도장이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이 어렵고,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비밀투표가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과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투표용지와 점자형 투표보조용구가 제대로 맞춰졌는지 도왔고, 이를 선관위 관계자가 꼼꼼히 확인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투표개입 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홀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각장애인이 올바르게 기표 됐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비밀투표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확인되지 못한 투표용지는 곧바로 접혀 투표함에 투입되면서 사표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반 유권자와 동등하게 기표할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 편의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장애인용 특수형 기표 용구를 새롭게 도입하고, 장애인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 선거인의 가족 또는 선거인이 지명한 2인에게 투표할 때 보조받을 수 있도록 지원 교육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수희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팀장은 “시각장애인 대상 점자형 투표 보조 용구에 대한 홍보와 사용법에 대한 안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또한 모든 후보자의 공보물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음성 출력이 가능한 바코드를 의무적으로 삽입하도록 해 비장애인과 차별없는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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