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김대리는 소주잔에 우정을 부어 얼큰할 정도로 마시고 2차는 인근 지하의 단란주점으로 갔다.

시끄러운 가운데 음주가무가 즐거웠고 친구들도 있어 좋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룸밖에서 불꽃이 튀며 정전이 되고 칠흙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이미 취기가 감돈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연기가 룸으로 밀려들었고 한순간 숨이 콱막히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나마 정신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가는 입구를 찾아가던 김대리는 출입구쪽이 불길에 휩싸여 막혀있는 것을 보고 비상구를 찾았지만 그 업소에는 비상구가 없었다.

사람들이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지고 결국 김대리도 복도에 쓰러졌다. 의식을 잃어가는 김대리는 자신의 최후가 허무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픽션으로만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수십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허망한 죽음의 한 예이며,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갈 수 있는 불운인 것이다.

그러한 불운의 개연성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시설 강화 및 소급적용이다.

2002년 1월 군산의 대가유흥주점 업주가 외부에서 출입구를 잠그고 나간 사이 화재가 발생하여 내부에 있던 접대부 15명이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 이후 언론, 시민단체, 정부, 국회 등 사회 전반에서 기존업소에 대한 소방방화시설의 소급적용을 제기하여 지난 2004년 5월말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다중이용시설은 건물층수에 관계없이 주출입구 이외의 비상구설치를 예외 없이 의무화하였으며, 해당업소가 건물구조상 비상구 확보가 어려우면 자동 소화시설인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거나 업소내 인테리어 마감재를 90%이상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소급적용 시한이 오는 5월말로 다가왔다.

정부 차원에서는 3년 유예기간을 둔만큼 ‘추가적인 시한연장 불가 및 향후 엄정한 법집행’ 등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언론에서 5월 이후 소방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지역의 경우 지난 3월 30일 현재 소급적용 대상의 소방시설 완비율이 60%에 이르러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상위권에 있으며 다중이용업소 업주들의 인식변화가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다중이용업소를 다니며 설치비용절감을 위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도표지 및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경미한 설비는 직접 설치해주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손님이 안전함을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해당업소의 또 하나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여겨진다.

방   장   원
제주특별자치도 소방방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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