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참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어떤 이’가 날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하느님, 제발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몇날 며칠, 몇 주, 몇 달을 수시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이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느님,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복권당첨이 제 소원입니다. 제발 좀 들어주세요!”

아무리 간절하게 원하고 또 원해도 소식이 없자 그이는 마침내 화가 나서 하늘을 향해 버럭버럭 소리 질렀다.
“하느님, 정말 너무 하십니다. 그만큼 간원했으면 들어줘야지. 존재하기는 하는 겁니까? 에잇! 있기는 뭐가 있어?”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이 앞에 정말로 하느님이 “펑!” 하면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느님은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이러더란다.
“아이고, 얘야. 제발 복권부터 사거라.”

이 우스개 소리에 낄낄대며 웃던 나는 내 안에서 그 ‘어떤 이’를 발견했다. 어디 나만 그럴 것인가. 복권당첨을 꿈꿔보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리.
‘그래 맞아. 없는 복권이 어떻게 당첨되나.’

복권당첨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를 발견한 듯, 복권부터 사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워라. 주택복권, 관광복권, 로또복권은 알고 있었지만, 녹색복권, 왕대박복권, 드림복권, 플러스플러스복권, 슈퍼더블복권, 또또복권, 스포츠복권, 메가밀리언복권…이라니! 우리나라에 ‘복’을 살 수 있는 ‘표’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었다.

어느 ‘복’을 골라야 하나, 망설이다가 ‘로또’를 선택했다.
복권을 손에 넣는 순간부터 ‘당첨된 뒤에 할 일’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당장 빚부터 갚고, 형제들 나눠주고, 힘들게 사는 누구 얼마 주고, 누구도 주고, 누구, 누구도 주고…, (그래도 남을 것 같다) 그렇다면 뭐에 쓰고, 어쩌구저쩌구…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직 추첨도 안한 복권을 들고 당첨금 쓸 궁리부터 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상상 속의 나는 행복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맞추기 어렵다는 확률에 기대어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여~’ 해가며 꿈꾸었던 ‘인생역전’의 결과는 ‘여전한 인생’으로 마무리됐다. 번호 세 개가 맞아서 ‘본전’이 된 것이다.

주변에 ‘나의 로또 경험’을 얘기했더니, 본전도 행운이란다. 알고 보니 로또를 사보지 않은 이가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 본전도 못 건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릇처럼 계속 사고 있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열 몇 가지나 된다는 복권. 수천만 명이 당첨을 꿈꾸며 날마다 수시로 간절히 바라고 있을 터이니, 하느님도 골치께나 아플 것이다. 그래서 진즉에 고전적인 방법으로 복을 내리는 일을 포기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이 이렇게 막 갈 수는 없다.
가구당 평균 가계 빚 3천만 원, 신용불량자 400만 명, 실업자 100만 명….

이 기록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빚 갚을 길도 돈 벌 길도 막막한데,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고, 돈을 더 빌릴 데도 없다! 복권당첨이나 아니면 이 숨 막히는 구렁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니, 복권바람이 열풍을 넘어 광풍이 될 수밖에. 우리가 어쩌다 이런 처절한 세상을 살게 됐을꼬.

본전치기가 된 ‘로또’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 드니, ‘당첨 뒤에 할 일’이 또 꼬리를 물었다. 이러다 ‘복권에 거는 꿈’이 ‘버릇’이 되고 ‘중독’이 되면 어쩌지? 슬그머니 겁이 났다. 당신은 안 그런가?

다른 꿈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착하게 살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꿈. 그런 꿈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으련만….

방송구성작가 문   소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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