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문화재연구원, 애월읍 하귀1지구 개발사업부지 용역 결과

탐라국이 세워지던 무렵인 기원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주거 유적이 확인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은 제주시가 시행하는 하귀1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 가운데 5만9736㎡를 지난해 10월부터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각종 주거지 82개동과 저수시설 2기, 성격이 확실하지 않은 수혈(구덩이)유적 105기 등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이밖에도 구(溝·도랑) 30기, 적석소토유구 1기, 옹관묘 1기와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토광묘 3기 등이 확인됐다.

특히 호남문화재연구원은 주거지 형태 등으로 보아 현재의 제주도에 탐라국이 세워지던 시기에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비슷한 탐라국 성립 초반기 유적으로는 삼양동 유적이나 화순리 유적 등이 있다.

확인된 26동의 주거지는 2~3동이 20~30m내외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평면형태는 타원형과 원형, 말각방형 등으로 원형인 송국리형주거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원형건물지 14개 동은 평변형태가 10개의 변으로 이뤄졌으며 개방부(출입구)를 남쪽에 두고 있고  구 내부에서 출토된 유물은 방추차를 비롯해 적갈색경질토기편이 주를 이뤘다.

조사단은 원형 혹은 십각형 건물터는 내부 직경이 4.5~13m로 다양하지만, 대부분 대형급에 속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거용도라기 보다는 다른 목적을 지닌 시설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상건물지 가운데 하나는 장축이 15.4m에 단축 12.7m이며, 내부 면적이 무려 195㎡(59평)의 큰 규모로, 조사단은 건물지의 주공보다는 울타리와 같은 구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수시설과 집수정으로 판단되는 수혈은 제주도내 선사취락구조에서 생활용수를 이용하는 한 단편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지역에서 바닷가 쪽으로 약 500여m 떨어진 지점에 용천수가 있고 충분히 물을 길어다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용수의 공급은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출토된 유물은 적갈색경질토기가 대부분이며 석착이나 석부, 갈돌과 갈판, 홈돌, 공이돌 등 식량가공이나 목재가공구 등 단순한 조합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사단은 향후 전반적인 유물과 유구의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유구와 유물 조합으로 보면 하귀1리유적은 탐라시대 성립기에서 전기에 걸치는 유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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