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지역, 피해 속출…공단 직원 사칭에 납치 협박까지

최근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현혹시킨 뒤 돈을 빼가는 이른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서귀포시 지역에서도 관련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김 모씨는 지난달 26일 보이스피싱으로 700여만원을 편취 당했다. 이날 김 씨 집으로 검찰청이라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은 폭력사건에 가담돼 있고 CCTV에도 모습이 찍혀있으니 몇 가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제주경찰서로 연락해주겠으니 3분 후 다시 전화가 오면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3분 후 제주경찰서 수사과장이라며 전화가 걸려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를 얘기했더니 “폭력에 가담돼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지금 은행으로 가 통장을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김 씨는 은행으로 가 휴대전화로 불러주는 번호를 눌렀다 710여만원를 계좌이체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지난 18일에는 성산읍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최 모씨가 전화 금융사기에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후 9시 8분경 최 씨에게 “주점에 손님을 많이 데려가 매상을 크게 올려 주겠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잠시 후 그 사람이 다시 전화해 “동생의 자동차가 육지 고속도로에서 고장을 일으켜 급히 돈을 송금해야하는데 텔레뱅킹 보안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며 “말해주는 계좌로 25만원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믿은 피해자가 그대로 따랐다가 현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특히 최근 지역에서 일어난 양지승 어린이 납치살해사건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심리에 편승한 듯한 사건도 발생했다.
K 모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쯤 수화기를 통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있다” “즉시 은행으로 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K씨는 그러나 아들의 거취를 파악,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에 신고해 다행히 금전 피해는 입지 않았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종전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사칭한 환급금 사기에서 최근에는 납치 협박 등으로 더욱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잇따르자 이달부터 다음달 말까지 2개월간 전화금융사기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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