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한총련 의장 정재욱씨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특히 그가 제주출신이라는 점에 도민들의 관심은 더욱 크다 하겠다. 그는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에 당선된 뒤,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다 붙잡혔다. 그가 받은 혐의는 국가보안법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었다.

 그는 외아들로 태어나 순진하고 착실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자랐다. 오현고를 졸업하고 외국 대학과의 교환학생 제도가 있는 연세대에 입학하여 장차 교수가 되겠다는 당찬 대학생이다.

그러나 희망을 접어둔 채 성공보다는 당면한 사회문제에 몰두하여, 한총련의장이 되어 임기를 마쳤고, 영상수업과 관련하여 예술의 전당에 단체 관람을 갔다가 화장실에 가는 도중 붙잡혔다. 그가 보안수사대에서 조사를 받다가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부모는 아연 질색하였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고향 제주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송두율 교수도 출소 뒤 고향의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향에서 교직에 몸담고 있는 그의 부모는 서울에 올라가 아들의 손을 맘놓고 잡았으며, 떡을 해 아들의 석방을 위해 도움을 준 민가협 회원들을 대접하였다.

 한총련 의장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 판결에 대해서 사회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재판부로서도 최선의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다. 국보법 폐지의 몫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냉전분단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보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헌법과 형법과의 관계에서도 국보법은 위헌적이라는 학자들의 해석이다.

국보법은 비상시기의 한시법이자 군사정권을 강화하고 악용돼 온 정권 유지법이며 적용과정의 불법성·야만성으로 가득한 반민주악법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되지도 않았으며 국보법 폐지는 왜곡된 과거사 청산의 중핵이기도 하다. 국보법은 천문학적 유지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악법으로 남북화해협력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출신 현애자 강창일 김재윤 의원은 국보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정재욱씨의 고교 선배 강창일 의원은 과거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되어, 폭력으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하여 민중봉기를 획책했다는 혐의로 감옥에서 고생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국보법은 인권 침해적 요소가 많고 남북관계를 뒷받침하는 법률과도 충돌, 폐지가 불가피하다. 국보법의 공백은 형법이나 대체입법으로 메울 수 있다. 국제적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켜온 국보법 폐지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선진화하고  경제적 가치도 유발할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된 지도 10여 년이 지났지만 국보법은 여전히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으며 인권을 유린해 왔다.

대체입법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할 대표적인 악법이다. 개인의 사상과 양심을 물론 한국사회를 불구로 만든 국보법을 폐지하여 민주주의 꽃을 피워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김  관  후  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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