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옆에 끼고 살면서도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다.

올여름은 장마기간도 짧고 맑은 날씨가 오래 지속되어 해수욕장 이용객이 40%나 급증했다고 하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바닷가에도 못가고 지내다가 제주항에 닻을 내린 독도함의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2005년 7월12일 진수된 무게 1만4천 톤급, 길이 199m, 폭 31m, 최대속력 23노트인 이 함선은 우리 기술진에 의해 건조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송함이다.

수송능력은 헬기 7대, 전차6대, 상륙돌격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고속상륙정 2척 등을 탑재 가능하며, 상륙군 최대 7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한다.

지난2년 동안의 시범운항을 거친 뒤 지난 달 3일 취역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함대로 편입되었다.

독도함은 대형유도탄방어유도탄(RAM)을 장착하고 전후좌우 400㎞를 감시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망을 설비한 우리해군의 자랑으로서 완벽한 함대지휘체계와 상륙군통제체계는 물론 병원선이 무색할 정도의 종합의료시설도 갖춘 우리 기술수준의 결정체이다.

초청받은 우리는 스위치 하나로 대형체인이 감기면서 갑판이 들어 올려 져 쉽게 선상에 오른 후 최첨단 시설과 장비로 무장한 독도함 내부를 관람하며 우리의 과학기술이 자랑스럽고 또한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세계제일의 조선국으로 태어난 조국의 모습이 긍지로 다가옴을 맛보았다.

우리민족은 역사적으로 볼 때 바다를 재패하던 시대는 국운이 융성하였고 바다의 패권을 상실했을 때는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 곤혹스런 시련을 견뎌 왔다.

통일신라시대에 장보고는 청해진을 설치하여 당나라와 일본해적을 물리치고 해상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기에 신라천년의 태평성대를 누렸었고, 두 차례의 왜란으로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울 때 성웅 이순신 장군이 나타나 해상패권을 장악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조국을 건져낼 수 있었다.

흔히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하며 주변국들과의 해양을 향한 패권다툼은 점점 가속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자원은 땅속에서 개발하여 사용하여 왔으나, 금세기 안에 고갈되어 버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마지막 보루는 해저부존자원에 의지하는 길 밖에 없게 되어 해상패권 다툼은 더욱 더 치열하게 전개 될 전망이다.

최근 우리해역 독도부근해저에서 우리나라 전체 가스사용량을 수십 년 동안 대체할 수 있는 얼음형태인 고체천연가스 원료인 ‘메탄하이드레이드’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우리는 고무되어 있으나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격다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상의 방책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평화의 섬’이라고 구호로 외치기만하면 이뤄지는 평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스위스는 평화와 중립을 선언하면서 평화와 중립을 지키기 위한 민방위비 등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태평양시대의 중심축으로서 대양을 향한 가장첨병의 위치에 놓여있는 요충지이다.

정부가 제주해군기지를 유치하려는 목적도 해상수송로 보호와 해양자원을 사수하고 해양영토분쟁의 효과적 대응 및 해상테러를 방지하려는데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수시로 조업구역을 벗어나 우리의 영해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삼고, 일본도 종종 EEZ를 침범하며 우리를 괴롭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는 우리해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군 기지를 유치하게 되면 자연환경이 일부 훼손될 것은 예측되는 일이지만 국토 영유권을 보호하고 해저자원의 개발과 우리어민의 안전한 조업을 위해서라도 해군기지는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에 놓인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고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엄숙히 고민해야 한다.

해군기지유치논쟁으로 도민간의 갈등을 빚을게 아니라 국익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양보하고 최소한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제주도민은 바다를 이상향의 세계로 여기고 살아왔다. 독도함보다 더 큰 ‘제주함’도 진수하여 우리의 바다를 지키게 만들자.

함상리셉션에서 ‘바다로! 세계로!’ 외치던 건배구호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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