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카타고, 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차지
감독은 국어선생님, 열약한 조건속에서 일궈낸 감동
제주관산고와 비슷, 외인구단서 전국대회 8강 입성
한국판 사가키타'선수 열정만 있으면 충분히가능

4081대 1의 벽을 뚫고 무명의 야구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일본 고교 야구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이변의 주인공은 사가키타고등학교. 야구 특기생 하나 없는 이 고등학교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서 8회말까지 단 1안타로 고전하다 주자 만루에 찬스 상황에서 멋진 만루홈런 한방으로 고료고 에이스를 무너뜨린 것이다.

만화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되는 순간이었다.

이 우승은 일본 전역을 흥분으로 몰아갔고, 경기장에서 관전하던 관중들은 감동의 도가니 속에서 몸부림쳤다.

사가키타고 선수들은 변변한 연습구장도 없었고, 야간 경기를 할만한 조명시설도 없어 주변 가게 전등불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 실력을 키워나갔다. 이 야구부의 감독도 이색적이다. 바로 이 학교 국어선생님이 야구부를 맡은 것이다.

감독의 연습철학은 공부가 우선. 이런 철칙아래 하루 연습도 기초적인 것만 되풀이됐다.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일명 고시엔대회로 통하는 일본 최고의 고교야구대회로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야구의 달인들만 모이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 제대로운 연습도 하지 못한 사가키타고가 우승을 한 것이다.

사가키타고 감독은 이 우승의 원동력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 “시간을 잘 지킨다.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게 전부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설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열정만큼 사람을 강하게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제주에도 전국에서 내놓아도 손색없는 고교 야구팀이 있다.

제주관광산업고등학교가 그들인데, 이들은 창단 초기 외인구단이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고교야구의 왕따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

관산고 야구팀은 초기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고교야구계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산고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관산고는 급기야는 전국대회 8강 진입이라는 해내기 힘든 일을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부터 관산고는 전국 고교 야구대회의 타크호스로 등장하며 강호들을 격침시키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관산고는 이번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가키타고와 많이 닮아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훈련하며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몸을 잔뜩 움추린 개구리처럼 끝없이 도약하는 모습이 서로 비슷하다.

관산고는 올해 대회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고시엔야구 우승을 차지한 사가키타고를 보면 관산고의 전국대회 우승도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외인구단에서 다크호스로, 다크호스에서 최강자로 도약을 준비하는 관산고 야구팀. 이들의 가지고 있는 열정이라면 고시엔대회의 한국판이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열정만은 전국 최고인 관광산업고등학교 야구팀. 비록 성적이 일시적으로 좋지 않다고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가는 전국대회 재패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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